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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24일자) 식품행정 불신부터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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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정부 발표가 일파만파(一波萬波)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납 김치' 파동 이후 "중국산 김치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 후 보름도 안돼 나온 발표인 만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모든 수입 김치의 통관을 보류하고 기생충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하나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사태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기는 먹거리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식품ㆍ식당업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수습(收拾)이 요구된다. 중국산 김치의 위생문제는 애당초 정부의 구멍 뚫린 식품행정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큰 중국산 김치를 수입하면서 그동안 기생충 검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기생충 검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하지 않는다는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 김치 종주국(宗主國)임을 자랑해온 정부가 정작 김치에 대한 안전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안타까울 정도다. 식품 유해성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은 최근 '납 김치'나 '말라카이트 그린'파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납은 인체에 치명적인 해악을 주는 중금속인데도 김치를 비롯한 가공식품에 허용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중국과 국내산 민물고기에서 발암(發癌)의심 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되어 충격을 주었지만 국민들은 말라카이트 그린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규정이 어디에도 없다는 점에 더욱 어이없어 했을 정도다. 정부는 조만간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지 신뢰하기 힘들다. 지난해 6월에도 대대적인 식품안전종합대책을 내놓았고, 올 9월에도 수입식품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식품안전관리의 난맥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의 식품안전종합대책 추진실적을 점검해 보니 전체 132개 과제 중 30%가량이 아직도 전혀 추진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이제 말뿐인 대책만 발표할 게 아니라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농림부 등 식품 관련 부처간 유기적인 협조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수입김치를 전량 들여오는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및 품질관리에 대해 점검하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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