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시장에 맞춘 이공계 교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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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부터 10여차례 연재한 창간 특별기획 'STRONG KOREA'는 '이공계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굴해 냈다.
미래 한국을 지탱할 주역인 우수한 청소년들이 당당한 선택을 통해 사회적 현상이 돼버린 '이공계 기피'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전 대신고에서 전교 1∼2등을 다투는 3학년 김민균군은 의대보다는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겠다고 자신있게 밝힌다.
발명반 활동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쁨을 느꼈다는 게 그 이유다.
특히 지능지수(IQ) 140 이상이 입학해 주목받았던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 138명 전원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이공계 대학으로 진로를 정했다.
과학영재교생 70% 이상은 한경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이공계 앞날을 밝게 본다'는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처럼 위기의 끝에 내몰린 이공계의 미래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은 서울대 황우석 교수와 56년간 풀리지 않던 물리학의 수수께끼를 푼 전자통신연구소 김현탁 박사 등 '스타'과학자들의 등장이 한몫 했다.
하지만 스타 과학자에 매료돼 청소년들이 의식을 바꾸고 있다고 보기엔 설득력이 부족하다.
청소년들은 이미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다른 대학들과 완전히 차별화,존재가치를 높인 이공계 대학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미래까지 담보하려 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인 KAIST는 이번 학기부터 경영학 과정을 부전공으로 채택하는 파격적 변화를 시도했다.
기술과 경영을 동시에 아는 인재를 길러내라는 시장(기업)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KAIST의 이런 변신은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와 똑같은 속도일 만큼 빠르다.
과학영재학교 출신의 85%가 KAIST를 선택한 이유인 셈이다.
영남대 기계공학과는 학생들이 자동차를 설계ㆍ제작까지 마쳐 졸업논문으로 대체하는 식의 철저한 현장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시장에 딱맞춘 교육을 통해 길러진 이 학과 학생들은 취업 걱정은커녕 입도선매되고 있다.
경상대는 20년 전부터 바이오를 전문화하는 쪽으로 변신해 왔다.
경상대의 이런 역량은 진주시를 바이오밸리로 만들고 졸업생들을 세계적 과학저널에 논문을 쏟아내는 인재로 성장시켰다. 수년전 신입생 모시기에 바빴던 경상대는 이제 일부 바이오 관련학과가 17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우수한 대학으로 탈바꿈했다.
이 대학들의 공통점은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우량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적인 혁신을 해왔다는 것.그 결과 우수 청소년들이 이들 대학을 선택하고 기업들은 졸업생을 찾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 소재 명문대학들이 공대 정원을 축소키로 했다.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정원 축소가 곧바로 우수학생들의 지원 등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공계 대학의 위기 극복방안은 오로지 시장의 요구에 철저하게 맞춘 교육으로 변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현명한 청소년들이 '선택'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다.
윤진식 과학기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