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하고나니 집값 떨어졌네"..목돈 들여 발코니만 넓힌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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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리모델링이 각종 규제로 위축되고 있는 재건축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수익성 불투명,비용 부담 등의 난제로 인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 아파트가 기존 노후 아파트 가격보다 떨어지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리모델링 아파트 가격이 더 낮아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1호인 서울 마포구 용강동 K아파트 1·2동(60가구) 22평형 가격은 아직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3~7동의 18평형에 비해 최고 3000만원 낮은 상태다.
리모델링 공사 전에는 '새집을 짓는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2억원까지 올랐지만 정작 2003년 말 입주한 후에는 가격이 더 낮아져 현재 1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주차장을 만들지 못해 생활이 불편한 데다 이제는 재개발 등 미래 투자가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비용으로 가구당 약 5000만원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주민들로서는 오히려 8000만원 손해를 본 셈이다.
이에 반해 기존 3~7동 18평형 가격은 1억6500만~1억8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 지역 S공인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3~7동 가격이 오히려 더 높게 형성되자 괜히 리모델링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비용 2억원의 효과는 '글쎄'
서울 서초구 방배동 S아파트 14동 53평형을 리모델링한 R아파트 63평형 96가구는 지난달 1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성공적 리모델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 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구당 부담액이 처음에는 평당 150만원에 불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구당 총 2억원가량(평당 300만원 이상) 소요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액을 들이고도 실제 평면 구성 등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기본 벽체를 모두 그대로 둔 채로 발코니만 넓히는 방식으로 시공하다 보니 평형은 넓어졌지만 현관문도 좁고 일조량도 떨어진다는 것.이 아파트 주민 K씨는 "수천만원만 들이면 이보다 더 번듯하게 고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차라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 많고 기술 부족인 원인
전문가들은 지나친 규제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병찬 대림산업 상무는 "앞뒤로 발코니만 넓히는 게 아니라 가구 간 통합 등을 통해 면적도 넓힐 수 있게 되면 좀 더 다양한 평면을 가진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면서 "건물의 사회적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리모델링의 목표에 맞게 정부도 규제 완화를 고려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윤영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업체들이 먼저 비용 절감 및 기술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층수·용적률 등 각종 규제를 모두 맞추면서 적정 비용에 리모델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도 케이스별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