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스판덱스 너마저…" .. 中 물량공세에 밀려 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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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성이 뛰어난 화섬소재인 스판덱스는 t당 투자비가 폴리에스터의 10배에 달하고 정상적인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도 5년이 넘게 걸려 앞으로도 고수익 고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2002년 말 한 증권회사가 발표한 화섬산업 분석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당시만 해도 스판덱스는 중국업체에 잠식당하고 있던 폴리에스터 나일론 원사의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던 제품.
그러나 화섬업체들은 불과 3년 만에 유일한 대안마저 빼앗겼다.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에 2002년 kg당 20달러에 달했던 스판덱스 가격은 최근 5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폴리에스터 나일론에 이어 대표적 효자품목이었던 스판덱스마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자 업계에서는 과연 국내에 화섬산업이 설 땅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스판덱스 잇따른 생산 중단
하루 25t의 스판덱스를 생산하던 코오롱은 최근 경북 구미공장과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설비를 멈춰 세웠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재고와 적자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이에 앞서 미국 인비스타(옛 듀폰)의 국내 생산법인인 DSI는 지난 8월 말 경북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생산시설을 아예 폐기했다.
대표적인 스판덱스 생산업체인 효성 태광산업 등도 감산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판덱스를 생산한 태광산업은 전체 생산능력의 20%만 가동시킨 채 노후된 생산설비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스판덱스 점유율 2위인 효성의 경우 회사측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최근 안양과 구미공장의 가동률을 20∼3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산업 설 땅 없다
"스판덱스의 위기는 한국 화섬산업이 직면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과거 코오롱이 개발했던 초극세사의 경우도 처음에는 떼돈을 벌었지만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에 수개월 만에 저가 범용제품으로 전락했었죠."
코오롱 관계자는 "애써 개발한 고부가가치제품이 저부가가치제품으로 바뀌는 데 1년도 걸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1년에 수백개의 화섬공장이 중국에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다.
실제로 중국의 화섬생산량은 지난 2000년 연산 615만t에서 지난해 1287만t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의 화섬생산량은 264만t에서 197만t으로 줄었으며 지난해와 올해 초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구조조정으로 올해는 100만t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내 인건비는 한국의 약 15% 수준에 머무는 데다 중국업체들은 감가상각비를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초저가로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스판덱스마저 중국업체에 잠식당하자 화섬업체들은 섬유 이외의 사업에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코오롱과 제일모직 등은 광확산필름,동박적층필름(FCCL),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전자정보 소재에 사활을 걸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