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확장을 조기 합법화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확산되는 데는 정부의 애매모호한 입장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준공 여부에 관계 없이 사실상 모든 주택을 양성화하기로 해 놓고 정작 시행 시기는 내년 1월로 정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완공을 앞둔 입주 예정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13일 연내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발코니 확장을 전면 합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연내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주택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었다.


건교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구조 변경(발코니 확장)할 경우 위법에 해당되지만 단속은 어려울 것"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 (확장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에서 입법 취지를 감안해 운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었다.


이는 연내 발코니를 확장해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지자체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열흘 뒤인 23일에는 "제도 정비가 이뤄지기 전 발코니 확장은 불법인 만큼 새 아파트의 경우 사용 승인(준공 검사)을 유보하고 구조변경 신청도 보류할 것을 지자체에 시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을 중심으로 건설사에 발코니 조기 확장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고 지자체별로 구조변경 신청이 잇따르자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는 현행 규정을 무시한 채 조기 확장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규정상 지자체 허가 없이 불법으로 공사에 착수할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그동안 엄격하게 금지돼 온 발코니 확장을 전면 허용키로 전격 발표하면서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미 아파트의 40% 이상이 발코니를 불법 확장하고 있는 마당에 양성화 시기를 2~3개월 뒤로 미뤄 형평성 문제 등 불필요한 반발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며 "개정안에 경과 규정 등을 둬 사용승인 전이라도 확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 초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개선안을 확정해 시행 시기를 가급적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