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에 노을이 물들면


흔들리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까칠한 주름살에도


부드러운 석양의 입김이 어리우고


상사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한줄기 주름살마저


보라빛 미소로 바뀌는 시간


수염 까칠한 볼을 하고


그 어느 차창에 흔들리면


시장기처럼 밀려오는 저녁 노을.


…문병란 '아버지의 귀로' 부분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다 안다.


봉급을 받는 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쉼없는 긴장과 무거운 피로,문득문득 찾아오는 막막함을 안고 그들은 오늘도 출근한다.


그렇게 계절이 오가는 동안 한숨이 늘고,주름이 늘고 어느덧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는 인생.그러나 내일 또 다른 번민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만은 잠깐 편안한다.


무엇보다도 퇴근길 아버지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