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창간 41주년 특별기획 'STRONG KOREA 이공계 위기…해법은 있다'를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모두 11회에 걸쳐 연재했다. 한경은 이번 특별기획을 취재 보도하면서 '이공계 앞날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곳곳에서 발견했다. 먼저 의대나 법대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우수 청소년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003년 지능지수(IQ) 140 이상의 학생들이 입학해 주목받은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 3학년 학생 138명은 전원이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 이공계 대학으로 진로를 정해 이미 합격증을 받아놓고 있다. 과학영재학교니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기존 과학고의 경우 15% 정도가 이공계가 아닌 의대나 치대 등으로 진학하고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이 학교의 문정오 교장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좋아하는 연구분야를 정해 전문적인 실험과 실습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이 이공계로 진로를 정하도록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대학의 노력에 따라서는 이공계에도 우수 학생을 얼마든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KAIST는 경영학 과정을 부전공으로 신설하고 무학년·무학과 제도를 도입,일정 기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한 뒤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과과정 재편을 통해 우수인력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과학영재학교 졸업예정자 중 85%에 해당하는 117명이 이 대학에 지원했을 정도다. KAIST의 이 같은 변화는 이공계 대학이 살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서울대 공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대 공대는 2005학년도에 정원을 전년보다 무려 17.9%(170명)나 줄여 뽑았다. 대학전반의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여기엔 공대의 질적 저하를 막아보겠다는 뜻도 담겨져 있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올 상반기 중에만 신입생의 20%가량이 휴학과 자퇴를 통해 공대를 떠났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서울대처럼 2006학년도에 공대 입학 정원을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우수 이공계 인력 양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세번째는 이공계 대학도 특성화 교육으로 방향을 잡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남대 기계공학과는 졸업논문을 자동차 등 실제 제품을 제작하도록 대체하는 등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교육을 바꿨다. 시장수요에 맞게 교육받은 이 학과 학생들은 '모셔가겠다'는 기업이 줄을 서있어 취업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20년 전부터 생명과학으로 전문화한 경상대도 손꼽히는 성공사례다. 경상대는 이 기간 중 늘어난 100여명의 교수 전부를 생명과학 분야에 할당했고 한 해 동안 투자하는 연구비 420억원 중 70%인 300억원을 이 곳에 투입하고 있다. 경상대의 이런 역량은 진주시를 바이오밸리로 바꾸고 졸업생들을 세계적 과학저널에 논문을 쏟아내는 인재로 성장시켰다. 수 년 전 모집정원 채우기에 바빴던 경상대는 올해 응용생명과학부의 경쟁률이 17 대 1에 이를 정도로 우수 대학으로 탈바꿈했다. 이공계 기피를 막는 방안은 결국 학생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갖도록 하고 대학들은 시장의 수요에 맞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있다. 윤진식 과학기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