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씨(40)는 며칠 전 은행에 들렀다가 2000만원을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이제 예금이나 적금에 들어봤자 연리 4%도 받기 어렵습니다.


한 달 만에 10% 이상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형 펀드는 수두룩한데요…"라는 창구직원의 권유에 6년간 모았던 적금을 몽땅 펀드에 투자한 것이다.




A은행 대치동 지점 Y과장은 예금이나 대출 마케팅을 손놓은 지 오래다.


하루 일과의 전부를 적립식 펀드 판매에 쏟고 있다.


인사평점에서 펀드판매 실적의 반영 비중이 높아진 데다 짭짤한 인센티브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Y과장은 "잘만 하면 투신사에서 보내주는 공짜 해외연수 기회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신사들은 자사 상품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우수판매 직원들에게 해외연수 등과 같은 경품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은행권이 펀드 판매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요즘 은행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들은 거의 예외없이 펀드 가입을 권유받고 있다.


은행 지점 관계자들은 "연 4%대의 예금이자와 20~30%대의 적립식 펀드 수익률을 비교해 주면서 설명하면 고객 가운데 열에 대여섯명꼴로 펀드계좌를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월간 펀드판매 3배로 껑충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조흥 외환 기업 등 7개 은행의 지난 7월 중 주식형 펀드 판매금액(순증 기준)은 3972억원이었다.


그러나 8월에는 7708억원으로 늘어났으며 9월에는 1조16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달 들어선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지난 21일까지 1조34억원이 순유입됐다.


씨티은행 제일은행 농협 지방은행 등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기간 중 전체 주식형 펀드 증가액 2조5560억원의 절반을 넘는 것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지난 2000년 주식형 펀드 열풍(바이코리아 펀드)이 불 때는 뒷짐만 지고 있었던 은행들이 이번엔 펀드 열풍을 주도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는 은행의 펀드 판매 열풍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지우 국민은행 투신상품팀장은 "국민은행의 거래고객 2500만명 가운데 현재 펀드가입 고객은 104만명에 불과하다"면서 "펀드판매 시장은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펀드판매 부작용 없나


은행권의 무차별적인 펀드 판매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주가 하락시 원금을 손해볼 수 있다'는 위험고지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하지 않아 나중에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은행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면서 "투자설명서를 제공받고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받았다는 자필서명을 반드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가입하러 온 고객의 대다수는 실적배당이며 원본이 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온다"면서 일각에서 불완전 판매에 따른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