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발코니 확장문제를 놓고 입주 예정자들이 집단적으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혼란이 갈수록 증폭되는 양상이다. 민원이 빗발치자 정부는 건축법시행령 개정을 최대한 앞당겨 이르면 11월 말부터 확장을 허용키로 한 반면,그 이전의 행위는 불법인 만큼 엄격히 규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임기응변적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한 실정이고 보면 보다 전향적(前向的)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정부가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발코니 확장을 양성화하고 앞으로 이를 전면 허용키로 한 것은,한마디로 이를 금지한 법 규정의 실효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아파트 입주자의 40% 이상이 구조를 변경해 거실이나 침실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단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자원낭비나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분쟁,안전사고 등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9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설계기준이 강화돼 발코니 확장에 따른 안전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감안됐다. 문제는 이 같은 법 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정부가 발코니 확장의 허용시기를 미리 못박고 나선 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법 개정 이전까지 명백하게 불법인 구조변경을 미리 허용하기 어려운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형식논리에 얽매여 겨우 1개월 후면 합법화될 발코니 확장을 막는 것은 당장 형평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입주 후 다시 공사를 벌일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불편,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자칫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상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초 제도개선의 취지를 살려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어차피 발코니 확장금지 규정이 사문화(死文化)됐다면,법 개정안에 경과규정을 두어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입주 이전에 발코니 확장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설계변경이나 시공과정에서 완벽한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공사단계별로 확장공사가 가능한 범위를 제시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이미 공사가 상당히 진척돼 발코니 확장이 어려운 건설현장이 없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확실한 감독과 관리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