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성향의 정상명 대검차장이 24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정 내정자가 인맥이나 경력 등을 감안할 때 여권과 검찰,검찰과 삼성 간의 첨예한 갈등구조에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않다. ◆갈등세력 간 중재역할 기대 김종빈 전 총장 사퇴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검찰에서는 정 내정자가 개혁과 조직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력한 총장후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 내정자는 최근 수사지휘권 문제로 빚어진 여권과 검찰 간 갈등은 물론 검찰과 삼성,검찰과 경찰 간에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푸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시 17회인 정 내정자는 동기생인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8인회 멤버로 활약했다. 노 대통령과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노심(盧心)과 검찰 간 가교역할을 수행하는데 정 내정자만한 적임자도 없다고 볼 수 있다.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의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 역시 8인회 멤버였다. 검찰과는 X파일 문제로,여권과는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공정거래법 등 문제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삼성이 정 내정자의 역할에 주목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재계 역시 정 차장의 총장 내정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 내정자는 대구고검장 시절 "수십년 동안 검찰에서 변한 것은 검사실의 타자기가 펜티엄 컴퓨터로 바뀐 것밖에 없다"며 기업경영 혁신기법인 6시그마의 검찰 접목을 독려하는 등 기업을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 내정자는 또 수사권조정 문제로 대립 중인 경찰청 허준영 청장의 경북고 5년 선배이며,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인 회성씨의 법정대리인 정인봉 변호사와는 사시 17회 동기관계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라는 비난과 함께 '절묘한 포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 인사태풍 불까 종래 관례에 따를 경우 정 내정자의 선배기수인 사시 16회 2명과 17회 동기생 5명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이들의 용퇴를 전제로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 중수부장,대검차장 자리를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문영호 부산지검장·박상길 대구지검장·임채진 법무부 검찰국장이,대검차장에는 정동기 인천지검장과 홍경식 대전고검장이 각각 물망에 올라 있다. 또 이훈규 창원지검장과 문성우 청주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에,명동성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김태현 울산지검장·문효남 대검 감찰부장은 대검 중수부장 자리를 꿰찰지 관심사다. 하지만 이 경우 엄청난 인사 후폭풍이 예상돼 검찰로서는 큰 부담이다. 청와대와 정 내정자도 이들의 용퇴를 만류하는 분위기여서 인사폭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않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