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알미어(Almere)시가 있다. 서울에서 서쪽으로 25km 정도 가면 바다를 메워 조성하고 있는 송도국제도시가 나온다. 두 도시의 매립면적도 5000만평에서 6000만평 정도로 엇비슷하다. 2020년까지 인구 25만명 이상의 첨단산업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같다. 해외 기업 유치를 도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곳은 '닮은꼴 도시'가 아닐 수 없다. ◆훌륭한 생활 인프라가 투자 유치의 밑거름 1967년 첫삽을 뜬 알미어의 매립 작업은 9년 뒤인 1976년 끝났다. 최근 몇 년 동안 농업 및 주거단지 중심에서 산업 기반을 갖춘 복합 도시로 탈바꿈하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매립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알미어는 교육이나 교통 등 생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암스테르담과 스키폴 국제공항을 각각 15분 및 5분 내로 주파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가 나 있고 직통 철도도 추가로 건립될 계획이다. 외국인 중·고등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 대학의 이전 사업도 이미 시작됐다. 올해 말이면 병실만 수백 개에 달하는 대규모 종합병원이 문을 열게 된다. 뿐만 아니라 1000억원을 들인 종합 문화예술센터 완공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추가로 도서관 건립에만 400억원 넘는 돈이 투입될 예정이다. 알미어는 또한 해외 기업들에 땅을 매각하거나 20년 장기 임대 형식으로 공장 부지를 대여했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들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땅값이나 임대료를 할인해 주기도 했다. 전체 도시 설계는 쿨 하스(Kool Haas)라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협의해 시가 전담했지만 세부 개발 방식은 디벨로퍼나 알미어에 진출한 기업들에 모두 일임했다. 때문에 이 곳에 진출한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주택과 문화 시설을 구축했고 결과적으로 알미어는 맞춤형 도시로 건설됐다. 이 같은 풍부한 생활 인프라는 알미어를 암스테르담의 그늘에서 벗어나 네덜란드에서 여덟 번째 큰 도시(인구기준)로 성장케 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130개가 넘는 외국 기업들이 알미어의 낮은 임대료와 생활 환경에 만족하며 유럽 본사와 지사를 이곳에 세웠다. LG전자를 비롯 IBM 미쓰비시 파이어니어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도위 할베스마 알미어시 부시장은 "시 차원에서 공공시설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알미어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암스테르담의 3분의 1 가격에 땅을 팔거나 장기 임대해 기업들이 직접 필요한 시설을 세울 수 있도록 한 것이 해외 기업 유치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송도,생활 인프라 구축 시급 송도는 위치와 목표 면에서 알미어와 유사하지만 현실에선 딴판이다. 도시 건설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흡한 생활 환경과 경직된 제도 때문에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서울 독산동에 있는 교환국을 인천 송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던 LG텔레콤은 작년 말 서울 상암디지털 단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교통 문제와 더불어 학교나 병원 등 기본적인 생활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송도에 입주한 셀트리온의 임직원들은 교통과 문화시설 등 미흡한 생활 환경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의 권오석 부장은 "아무 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허허벌판에 기업들은 절대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송도가 성공하려면 단계적으로 도시 생활환경을 잘 갖추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미어(네덜란드)=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