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 < 농업기반공사 사장 ajw@karico.co.kr > 사이비(似而非)란 말이 있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다르거나 아닌 것,가짜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중국의 아성(亞聖)으로 불리는 맹자가 그의 제자 만장(萬章)과의 대화에서 공자의 말 "惡似而非者(사이비를 미워한다)"를 인용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맹자의 '진심편'(盡心篇)에 나온다. 원리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올바른 길을 걷지 않거나 일시적인 시류에 영합하여 본분을 망각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요즈음 사이비 농수산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겉모양으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값싼 외국 농수산물이 국내산으로 바뀌어 소비자는 물론 우리 농민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사이비 농수산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관련 농수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개방화 시대를 살면서 외국의 농수산물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외국 농수산물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외국의 농수산물이 모두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안전상 이상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 자급이 가능한 쌀을 제외하면 5%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외국 농수산물 수입의 불가피한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냥 사이비 농수산물의 범람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국들이 에너지 주권에 관심을 기울이듯,외국 농수산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식량의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참여정부 들어 종합적인 농업·농촌대책을 수립 시행하고,식량 자급률의 목표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단순히 예산만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수는 없다. 안전한 농산물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대안 마련과 더불어 농업과 농촌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