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로펌) 율촌은 연말까지 명문 국제특허사무소와 합병하기로 했다. 율촌은 현행 로펌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명문은 '특허법인 율촌'으로 바뀐다. 대형 로펌과 특허사무소 간 결합은 지난 6월 법무법인 광장과 제일 국제특허사무소 간 합병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로써 변리사가 전무했던 율촌은 지식재산권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8명의 변리사와 5명의 변호사를 둔 명문이 특허소송과 특허출원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명성이 널리 알려진 중견 특허사무소이기 때문이다. 24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로펌들이 변리사 업계에 진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대형 로펌 대부분이 특허사무소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부분 로펌들은 변리사를 두고 있다. 소속 변호사가 290명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경우 90명의 변리사를 고용하고 있다. 로펌들은 늘어나는 특허 수요에 맞춰 변리사를 추가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특허사무소와 아웃소싱 형태로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 로펌도 늘어나는 추세다. 원래 변호사 업계와 변리사 업계는 업무 영역을 놓고 사사건건 밥그릇 다툼을 벌이는 불편한 관계였다. 변호사들은 특허청에 등록만 하면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현행 대한변리사회와 별도로 제2의 변리사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는 변리사 등록을 하지 않아도 특허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까지 내려 변리사들을 자극했다. 이에 맞서 변리사들은 특허법원 외의 법정에서도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역공을 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많이 변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다투던 변호사와 변리사 업계가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년 말부터 거세게 불어닥칠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변호사 급증에 따른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는 변리사가 따로 없고 로펌이 특허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로펌들도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싱가포르나 독일처럼 외국 로펌의 공세에 전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통신 등 정보기술(IT)산업의 급팽창에 따라 지식재산권 등 특허 업무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변호사와 변리사의 짝짓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 변리사는 "특허소송은 기업이 주 의뢰인이기 때문에 일반 민·형사 사건보다 수임 단가가 높다"며 "최근 진행 중인 제약회사 간 특허분쟁 소송의 경우 수임료만 수억원대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변호사와 변리사 간 결합은 편법이라는 논란도 있다. 변호사법(34조)은 변호사와 비(非)변호사 간 동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 변호사를 고용해도 안 되고,변호사와 이익을 나눌 수도 없다. 브로커들이 사건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임료를 받아 챙기거나 아예 변호사를 고용하는 불법을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러나 실제로는 변호사들이 변리사와 동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위법 시비를 피해가기 위해 형식적으로나마 별도의 사무소를 두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특허법률사무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리사와 사업자등록은 따로 하지만 실제로는 이익을 균등하게 나누는 파트너 신분"이라며 "전문가들 간의 다양한 형태의 업무 제휴를 막고 현실과도 동떨어진 동업금지 조항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