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끼리 만나면 주고받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욘사마를 주축으로 한 한류 덕분에 한국 남자 인기가 높아져 일본 여성과 결혼하기 쉬워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 연예인들의 주가가 높아진 덕분에 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재일교포들 사이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좋아진 것은 처음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주재원들도 갑자기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대기업 임원들이 기술 제휴를 하거나 거래 상담을 위해 일본 회사를 방문해도 상담 상대로 과장급이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1,2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명함을 교환할 수 있을 만큼 일본기업은 고자세였다. 그랬던 상황이 달라졌다. 잘나가는 삼성은 말할 것도 없고 웬만한 한국 기업은 일본 업계에서 꽤 대접을 받는다. 얼마 전 만난 한국 대기업 사장은 "대기업이나 관료,언론사 등에서 한번쯤 시간을 내줄 수 없느냐는 제의가 많아 일정을 조정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취재 현장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소니는 올 여름 사상 처음으로 홍보실에 한국계 직원을 보강했다. 한국관련 비즈니스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에 채용된 게 아니냐고 신실비아씨는 당연한 듯 말한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미쓰이물산은 금년 초 한국경제를 전공한 재일교포 연구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물론 일본인들이 하루아침에 한국 전체를 미국이나 유럽 수준의 선진국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의 헐벗고 굶주렸던 나라라는 인식을 버린 정도다. 특히 항상 사건이 끊이지 않는 한국정치에 대해선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일본 경제연구소에 근무중인 교포 L씨는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 대기업이 일본 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면서부터"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이 일본 회사의 경쟁자로 부상하고,한국 문화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재일교포들도 어깨에 힘을 주고 살게 됐다. 우리가 기업을 더욱 키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