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리는 지방은행들] (1) 부산은행 신평동 기업고객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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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지방 중소기업들은 장기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담보나 거래실적과 연계한 금융권의 대출관행으로 인한 만성적인 자금난도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지방은행과 지역 중소기업들이 자금지원과 정보교류를 통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
지방은행과 지역 기업 간 상생 모델을 발굴해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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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선박엔진 하부구조물을 만드는 대창중기공업의 박정호 대표는 2003년 말 속을 끓여야 했다.
195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매년 조금씩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거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
더욱이 당시 호황을 누리고 있던 조선산업의 성장세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야 했다.
이를 위해 원재료 생산설비가 반드시 필요한 데 이 설비를 지으려면 수십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던 것.회사의 내부 유보자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쇠관 주조공장을 만들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판단이 섰는 데도 투자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다.
때마침 대창중기공업이 설비투자 자금을 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부산은행(심훈 행장)은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만 믿고 2003년 말 첨단 생산시스템 도입 자금 19억5000만원을 즉시 지원했다.
17년간 대창중기공업과 거래를 맺어오면서 매주 전화 연락과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업체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 자금 지원이 바로 이뤄진 것.은행의 기업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 것이다.
최만철 부산은행 신평동 기업고객점 지점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부산 특화산업인 조선기자재업에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대창중기공업은 오랜 고객인 데다 제2공장을 설립하면 고품질의 원자재를 제때 공급할 수 있어 수익성도 좋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부산은행의 자금지원 덕분에 대창중기공업은 공장 바로 뒤에 자회사 성도메텍을 설립,지난해 4월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그동안 외부에 의존했던 쇠관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어 물류비를 크게 줄인 데다 자체 관리를 통해 품질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대창중기공업은 2001년에도 부산은행으로부터 기계 구입과 공장 증축에 필요한 시설자금 및 운전자금 6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안정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두 차례에 걸친 부산은행의 자금지원 효과는 올해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03년 236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99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익도 2억2000만원에서 14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은 44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선도 미국 유럽 등으로 다변화되고 수출비중도 매출의 35%선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최근 대창중기공업과 부산은행은 대창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최근 대창중기공업이 3년 안에 세계적인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우선 조직을 엔지니어 중심에서 연구소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제조원가를 줄이는 것보다 부실관리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바꿨다.
박 대표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명은 지속될 수 없다"며 "은행과 힘을 합쳐 제조업의 블루오션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지점장은 "지방 중견기업의 경우 자금지원도 필요하지만 미래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이 부문에 힘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