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서울과 수도권 외곽의 전세 수요가 눈에 띄게 줄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이 끝나면서 전세 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주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각각 0.14%,0.1%에 그쳐 '8·3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요가 줄어도 전세물량 자체가 부족한 '전세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겨울 이사철이 시작되는 오는 12월 중순 이후 전셋값이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세 손님 '드문드문'


전세 수요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 등 8·31 대책 발표 이후 뒤늦게 전셋값 상승의 불씨가 옮겨붙은 지역이다.


도봉구 도봉동 S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아파트 전셋값이 평형별로 500만~1000만원씩 오른 뒤 현재는 가격 변동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전세를 찾는 손님도 지난주 이후 뚝 끊겼다"고 전했다.


구리시 인창동 주공2단지 30평형대 아파트 전세도 1억~1억1000만원 선에서 오름세가 멈췄다.


단지 내 P공인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수요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아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외곽의 전셋값 상승 진앙지로 지목됐던 화성시 태안지구 일대도 수요가 줄면서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태안지구 D공인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되면서 전세 수요가 급속히 줄고 있다"며 "2년 전보다 최고 두 배 이상 급등하던 전세가격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물량 부족은 여전


서울 비(非)강남권과 수도권 외곽의 전세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물량이 부족한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남양주시 와부읍 D공인 관계자는 "수요가 줄어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아직도 전세물량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겨울 이사철에 접어들면 전세물량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지에서 적절한 매수 타이밍을 노리며 전세를 얻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 같은 전셋값 불안 요인이 다른 지역의 전셋값을 계속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서울 강남권과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세시장 전체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전세물량 부족 등 시장 불안 요인은 잠재돼있다"며 "특히 내년은 전세계약 갱신 물량이 많은 짝수해로 대부분 지역의 전셋값 불안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