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희 < 한국코닝 대표 leehh@corning.com > 일을 하다 만나는 많은 사람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 한마디,행동 하나에서 풍기는 프로 냄새가 아마 나의 뇌세포를 자극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프로 냄새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한 조직에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발전과 성공을 예측할 수 있다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거의 20여년 전 사회초년병 시절 모 기업 연구소와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였는데 당시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그 선임연구원의 이름이 아직도 생각난다. 황 모 선임위원이었는데 말에는 절제와 핵심이 있었으며 행동에는 예의가 배어 있었다. 자신의 성과만을 생각하는 접근 방식이 아니라 공동 개발자인 우리와 향후 사용자인 고객,그리고 공급자가 될 모 전자회사의 미래까지 내다보고 소신 있게 행동했던 그 연구원의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비록 그 프로젝트가 성공하진 못했어도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프로와 비(非)프로는 사소한 것에서 차이가 난다. 지식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자신의 일에 소신과 열정이 있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즉,자기 일에 대한 작은 관심과 사랑이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추진하는 직원들을 인정해 주고 더 큰 일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최근 한 공기업과 일을 했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초등학생들 법률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사소한 내용에 '각서'라는 것을 쓰고 공증을 받아오라는 등 미국 본사 직원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했다. 이것은 상호 신뢰의 차원을 벗어난,일을 진행하는 담당자들의 소신 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눈치 보고 일할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소신 있게 행동해야 결과적으로 최선의 것을 얻는 것이다. 직장과 일은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10년,20년을 되돌아보더라도 스스로 미소 지을 수 있고,남에게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소신 있는 프로가 되는 것이 멋진 삶 아닐까. '프로는 아름답다'던 어느 기업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개인의 이익에 연연하고 남의 눈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크게 멀리 보면서 "소신 있게 행동하는 프로는 더욱 아름답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