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에는 '신데렐라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원작 '신데렐라'가 유명한 동화지만 정작 이를 바탕으로 만든 발레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음을 일컫는 말이다.
고전발레의 선구자인 마리우스 프티파와 미하일 포킨은 물론 로스티슬라프 자카로프(볼쇼이),콘스탄틴 세르게이예프(키로프),프레데렉 에시튼(로열 발레단) 등 내로라하는 안무가들이 이 작품에 도전했지만 무대에선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성남아트센터가 개관기념으로 27일부터 29일까지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이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는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에 의해 지난 99년 4월3일 프랑스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이후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이요버전의 '신데렐라'는 등장인물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이 특징이다.
주인공 신데렐라는 무거운 유리구두를 벗어던지고 금가루를 묻힌 맨발로 무대에서 춤춘다.
치장하지 않은 신데렐라는 격식과 편견에서 해방된 순수의 상징이다.
신데렐라보다 더 능동적이면서 관능적이기까지 한 마법사,어딘지 모자라 보이는 우유부단한 왕자,전처를 잊지 못하는 신데렐라의 아버지 등 원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특히 원작에 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신데렐라의 아버지가 현대 '편부가정'을 암시하기 위해 꽤 비중있게 다뤄지는 점이 눈에 띈다.
형식미에 충실한 고전발레와 달리 현대발레에 가까운 이 작품은 의상(제롬 카플랑)과 무대(어네스트 피뇽 어네스트)도 관심거리다.
두 사람은 극히 간결하고 추상적인 무대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1932년 출범해 해산과 재창단을 거듭하던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지난 85년 모나코 캐롤라인 공주의 어머니인 그레이스 캘리 왕비에 의해 모나코 왕립발레단으로 지정되면서 세계 정상급 발레단 반열에 올랐다.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031)729-5615~9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