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FRB 의장 지명자(51세)는 수재형 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1975년 하버드대 졸업 당시 최우수 논문상 수상,79년 MIT 경제학 박사, 그 후 84년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85년부터 2002년까지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해 온 이력이 그의 실력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공황 시대와 FRB의 역할'에 대한 연구로 경제학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상아탑에 있던 버냉키는 2002년 8월 부시 대통령에 의해 FRB 이사로 임명되면서 숨겨져 있던 정책판단 능력을 드러내게 된다. FRB 이사가 된 지 불과 3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FRB의 금리인하 정책이 경기를 제대로 부양하지 못할 경우 FRB는 국채 직매입 등으로 금리 인하를 대신해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혀 이른바 'Mr. 디플레이션'이란 별칭을 얻었다. FRB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도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스타 FRB 이사'로 떠올랐다. 버냉키는 지난 6월 '대통령의 경제 교사'라는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에 임명됐다. 이때부터 소리나지 않게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도 교감을 유지했다. 빼어난 학식에다 정책판단 능력이 가미되고 시장의 의사를 존중하는 점이 부각되면서 그는 일찌감치 차기 FRB 의장 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공화당원이지만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호감을 얻고 있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성격이나 그린스펀과는 달리 TV에 익숙하지 못하고 말도 더듬거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