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는 연말 정국의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지역이 4곳에 불과하지만 선거결과는 향후 정국주도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패하는 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심각한 후폭풍에 휩싸일 개연성이 높다. 우선 한나라당이 4곳 모두에서 승리한다면 여권이 총체적인 위기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현 지도부 개편론과 함께 그간 논란이 돼온 정동영 김근태 장관의 조기 복귀론이 다시 힘을 얻으면서 여권의 '새판짜기'가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4·30 재·보선에 이어 10·26 선거에서도 완승을 거두는 셈으로 정국주도권을 확고히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명실상부한 제1야당 수장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과시하는 등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여당이 전패의 고리를 끊고 1승을 거둔다면 게임은 정치적으로 사실상 무승부라는 평가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흔들리던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체제가 연착륙하면서 당이 급속히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의장 등 여당 지도부는 25일 부천지역에 막판 공을 들였다. 3승을 올린 한나라당은 일부 비판이 일겠지만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만 여당이 승리하는 곳이 대구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박 대표의 본거지이며 선거기간에 상당히 공을 들여온 터라 그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거꾸로 최근 '청계천 효과'로 뜬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세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표가 25일에도 대구에서 지원유세를 벌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두 곳을 이기고 나머지 두 곳을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가져가는 경우에는 사실상 한나라당이 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 수 있다. 여당이 2승을 거둔다면 여당의 승리로 정국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