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특구 제대로 만들자] (3) 기업들의 천국 쑤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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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연 평균 경제성장률 45%''외국기업 2036개 유치(올 7월 말 현재)''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 중국 평균의 일곱 배'…. 중국 상하이에서 서북쪽으로 100km가량 떨어진 쑤저우(蘇州) 공업원구(단지)의 '눈부신' 성적표다.
서울의 절반 크기(282㎢)인 쑤저우공단은 1994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GRDP는 60.6억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99% 증가했다.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작년 한해 40억달러를 넘었다.
이에 힘입어 중국 54개 국가급 개발구 중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인구(590만명)가 상하이의 3분의 1 수준인 쑤저우시가 지난해 147억달러의 외자를 유치,상하이(117억달러)를 제치고 중국 1위로 올라선 것도 쑤저우공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 같은 성공을 이끈 동인은 △공무원들의 친기업적 서비스 △중앙정부의 특구에 대한 전권 부여 △외국기업 우대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지난 6월 외자유치 등 특구 정책을 총괄하는 쑤저우공단관리위원회 투자유치국에 비상이 걸렸다.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키로 하고 1억달러어치가 넘는 생산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오려던 대만의 한 반도체 업체가 쑤저우시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된 것.1억달러가 넘는 장비 등을 통관시키려면 성(省) 수도 세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투자유치국 아시아·태평양담당 공무원은 250km나 떨어진 난징 세관을 일주일 새 세 번씩이나 오가며 5일 만에 통관문제를 대신 해결했다.
우리로 치면 인천자유경제구역청 공무원이 인천시를 수차례 찾아가 외국기업의 민원처리를 일괄 대행한 셈이다.
'원맨서비스'도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특구 직원들의 다른 장점이다.
쑤저우공단관리위원회 빌딩 2층의 '원스톱서비스센터'에 들어가면 공장설립 환경 노무 회계 상하수도 전력 등을 각각 담당하는 직원들이 기업인을 맞이한다.
공장 인허가는 물론 상하수도 전력 등 필수 기반시설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특히 인허가 시간을 알려주는 '처리시간 보장제'를 도입,최장 5일 안에 인허가를 완료한다.
조우 위원회 투자유치국 처장은 "원맨서비스를 통해 공무원 한 명이 외국기업 공장이 가동될 때까지 모든 인허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쑤저우 특구는 투자 기업들의 적잖은 부담거리인 사회보장 시스템까지도 기업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사회보장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눠 근로자와 기업이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서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고급 인력이 많은 기업의 경우 보장 수준이 높은 타입을 채택,이직률을 낮출 수 있게 한다.
쑤저우공단이 이처럼 독특한 친기업적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 데에는 중앙정부가 공단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것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1994년 2월 중국과 싱가포르 양국 정상의 공동개발 합의에 의해 탄생한 쑤저우 특구는 지금도 우이 중국 부총리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정도로 양국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실제 공단은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조건 설정,토지 임대료 책정,법인 인허가권을 직접 행사하고 있다.
이를 놓고 공단은 '작은 정부,큰 사회'를 구현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올 7월 말 현재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60여개를 포함,필립스 노키아 후지쓰 삼성 등 2036개의 다국적기업이 이 특구에서 생산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5년 이곳에 공장을 설립한 삼성전자 쑤저우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쑤저우공단은 중국에 있지만 (운영 소프트웨어는)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