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브릿지증권 등 4개사 노조가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해 자사 지분을 인수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향후 정부와 채권단의 해당 기업 매각 과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개사 노조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 지분인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외국 투기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어 정부와 채권단측에 우리사주조합에 우선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대위는 향후 협상과정에서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해당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정부 및 채권단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최고가에 매각,최대한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기존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노조와 정부·채권단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기자본 견제하겠다"
공대위는 지분인수 명분으로 "외국계 투기자본 인수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외국계 투기자본이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한 기업을 인수,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자산 등을 매각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또다시 부실화되는 문제점을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인수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공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브릿지증권과 극동건설,
외환은행 등을 인수했던 투기자본들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분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에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한 회사 종업원의 지분참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대우건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제3의 컨소시엄을 구성,자산관리공사가 매각하려는 주식의 10∼12%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2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의 지분 19.1%를 우리사주조합이 인수할 수 있도록 채권단에 요청할 방침이다.
이세종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우리사주조합이 자산관리공사 지분을 일부 인수하고 산업은행 지분은 산업은행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와 채권단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참여 논란이 변수
공대위의 지분인수 참여 결정과 관련,당장 노조의 경영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공대위는 "일상적인 지분참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창두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이사나 임원 선임 등 직접적인 경영 참여보다는 대주주의 무리한 자산매각 등 경영정상화를 해치는 행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어 "인수 지분 한도 내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인수 이후 노조가 경영참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대우건설 노조는 별도로 배포한 자료에서 지분 매각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보장할 것과 사내에 경영평가위원회를 구성,경영진 및 임원 인사 등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