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21
수정2006.04.03 06:23
'현대와의 모든 사업 전면 재검토'라는 초강경 입장을 내놓았던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현대아산의 대화 제의를 25일 전격 수용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퇴출 문제로 불거진 현대와 북한 간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이번 대화 제의 수용은 그동안 양측 간 고위급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갈등 수습을 넘어 관계 복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귀국,현대그룹 복귀 희망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김 전 부회장이 북측의 담화에 대해 "잘해보자는 의미일 것"이라고 평가한 점에 비춰 현대측이 김 전 부회장과 관련된 모종의 수습안을 북측에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북측의 '만나자'는 회신에 대해 "대화 창구가 복원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는 북측의 잇따른 강경 입장 발표에도 "오해가 있다면 만나서 풀 수 있다. 달라진 우릴 이해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터다. 때문에 이번 만남에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는 물론 대북사업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장소와 시기에 대해서는 실무진이 협의 중인데 조만간 정해질 것"이라며 "현정은 회장이 직접 리종혁 아태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현 회장과 리 부위원장의 만남에서 김 전 부회장 거취 문제가 논의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측이 대화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을 두고 현대측이 김 전 부회장 문제 처리에 대한 복안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북측과 김 전 부회장이 수습쪽에 무게를 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만큼 우리도 무엇인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북측이 초강경 담화를 내놓은 지 5일 만에 대화 제의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현대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사업 전반에 대해 악화되고 있는 남측의 여론을 무시하고서는 개성관광 백두산시범관광 등은 물론 다른 경협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대화 제의 수용이 본격적인 관계 복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현대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측이 담화에서 현대와는 금강산관광 문제만 협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대북사업 전반이 정상궤도에 올라설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