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선박 건조용 원자재인 후판의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국내 외 고로제철소에 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후판 가격인하 문제를 놓고 조선업계와 포스코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방안이어서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김징완 한국조선공업협회장(삼성중공업 사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등 국내 7개 조선업체 사장 및 부사장들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5개국 조선업계 수뇌부 회의(JECKU·일본 유럽 중국 한국 미국)' 참석차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방안을 거론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참석한 경영진 사이에 후판 조달처를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아예 제철소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가 제시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빠듯한 후판수급 상황과 비싼 후판가격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타개해 보려는 심정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업계는 조선업체 경영진의 아이디어가 앞으로 실현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로제철소를 갖고 있거나 건설을 추진중인 철강업체가 지분투자를 수용할지 미지수이나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도 중국 제철소에 지분을 투자,조선용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제철소 건설에 나선 국내 철강업체의 한 관계자는 "오는 2011년까지 약 5조원을 단독 투자해 제철소를 짓기로 이미 확정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투자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성 여부와 별개로 조선업계 내부에서 제철소 지분투자 아이디어까지 제기된 것은 주요 후판 공급처인 포스코와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가 지난 9월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의 철강제품 가격을 t당 6∼9% 일제히 인하하면서 조선용 후판가격은 내리지 않자 조선업계는 반발해 왔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460만t의 후판을 사용했으며 올해는 510만t,내년에는 550만t을 소비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사용량 중 포스코,동국제강,해외 수입물량이 3분의 1씩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파는 조선용 후판 가격은 2003년 6월 t당 40만원에서 다섯 차례 올라 현재 64만5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는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게 시장논리인 만큼 향후 국내 후판 수급상황을 봐가면서 가격을 조정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