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6일 `10.26사건' 26주년을 맞아 일제히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한 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인 10.26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는 별개로 한 가족사 차원에서는 비극적인 날인 점을 감안해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일부 재야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는 점을 의식한 듯 박 전대통령의 장녀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유신독재의 연장선상에 올려놓으며 공격하기도 했다.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979년 10월 26일 감옥에서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봐야 했다"고 소회를 밝힌 뒤 "그후 2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분열적 냉전적 사고관이 참다운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박근혜 대표는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명백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과 사과도 없이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박대표가 주장하는 국가정체성은 고문과 탄압으로 국민을 구속하던 유신독재정권의 국가정체성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0.26은 지나간 역사적 사건일 뿐 유신독재체제에 집착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배 총장은 "70년대 창조성을 억압했던 박 대통령의 리더십, 그리고 유신망령과 유신철학으로는 다가오는 지식정보화 시대를 절대 준비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을 향해 박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경계할 것을 은근히 강조했다.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도 "오늘은 사실상 유신독재가 종말을 고했던 날"이라면서 "늦긴 했지만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유신세력이 정리될 때가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10.26은 악몽과 같았던 유신독재가 끝난 날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비극적인 날이기도 하다"면서 "한나라당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