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주 < 한국증권금융사장 sjhong@ksfc.co.kr > "한국 사람들은 참으로 휴대폰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바쁘게 걸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미국 출장길에 어느 카페에서 만났던 중년 부인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얘기해 준 내용이다. 사실 어느 나라를 다녀 봐도 우리처럼 휴대폰이 많이 보급되고 애용하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새로운 이미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관찰력이 있는 외국인이라면 복잡한 길을 걸어가면서 부지런히 휴대폰 자판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을 듯싶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휴대폰을 통한 문자 메시지 송신량이 음성 메시지의 송신량을 넘어섰다고 한다. 12개의 자판을 이용하기에는 단 24개의 자모로만 구성된 한글이 세계 어느 언어보다도 편리하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한 e메일이나 메신저보다 이동성 면에서 탁월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인기 있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과 휴대의 편리함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아날로그 세대라 할 수 있는 나도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면서 좋은 점을 많이 발견한다. 음성 메시지와는 달라 주변에 소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상대방이 전화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때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겨 놓아 그가 편할 때 답신하도록 하는 기능은 아날로그 세대에게도 그 유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다. 그런데 문자로 전하고 싶은 말을 40자 화면에 다 넣으려다 보니 말을 극도로 압축하면서 아날로그 세대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ㅋㅋㅋ,방가방가,하이룽,즐,모하삼' 등등.또한 이모티콘이라고 하는 문자와 기호로 만든,간혹은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화면을 보면 낙천적이며 순간적인 즐거움을 찾는 요즘 젊은이들의 코드를 읽어 볼 수 있다. '가을 편지 보낼 곳 있어/받을 이 기뻐하며/노을만큼 물들어 준다면...'하는 어느 시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찬바람이 불어 낙엽 떨어지면 어디론가 편지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아름다운 사연을 담아 편지를 부치면서 마음 설레던 아날로그 세대의 낭만을 요즈음의 디지털 세대는 이모티콘으로 작성한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즐거움으로 대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