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에서도 더없이 자애롭던 아버지,그 뒤를 이어 화가가 된 딸과 아들 그리고 손자…'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화백과 그의 딸 인숙,큰아들 성남,친손자 진흥 등 3대의 그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이 오는 11월5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박수근 가(家) 3대에 걸친 화업의 길'전을 마련한 것.이번 전시회에서는 박수근미술관의 새 소장품인 미공개작 '언덕 위의 풍경'(1962년)과 '연필이 있는 정물'이 첫선을 보인다.
'언덕 위의 풍경'은 엄마가 일을 마치고 딸과 귀가하는 순간을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정경으로 묘사한 작품.'연필이 있는 정물'은 일상적인 사물에서 소재를 즐겨 찾던 그가 드로잉에 주로 사용했던 자신의 연필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다.
딸 인숙씨(61)는 아버지의 화풍에 동화 분위기를 가미한 '우마차''그리움' 등 10점,호주에서 활동해 온 장남 성남씨(58)는 선과 비움의 미학을 아우르는 '층-녹색 거리에서' 등 11점,인도에서 공부한 손자 진흥씨(33)는 '추억의 여행' 등 4점을 함께 보여준다.
양구소학교만 졸업한 박수근이 독학으로 '최고 그림값'의 작가로 성장한 배경과 딸 아들이 젊은 시절부터 국전에 거듭 입선하며 대를 잇고 손자까지 화가가 된 사연이 화폭 사이에서 조곤조곤 말을 걸어올 듯하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근래 2대에 걸쳐 화가를 배출한 집안은 종종 있었지만 3대 화가 집안은 매우 드물다"며 "박수근의 연장선 위에 있지만 각각의 개성과 당대 현장성,남다른 성실함까지 발견할 수 있다"고 평했다.
박수근미술관은 또 생가 옆에 5538평 규모의 예술인촌을 완공,박수근 마을로 거듭난 것을 기념해 공성훈 황주리씨 등 8명의 작품을 모은 '시대의 초상,일상의 울림'전도 함께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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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