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23.4%에 달하는 하이닉스반도체 지분을 팔았지만 하이닉스의 '주인찾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에 지분을 사들인 투자자 중 향후 하이닉스의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자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이닉스의 경영권 향방은 내년 이후 추진될 채권단의 잔여 지분(50.3%) 매각 때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9조원을 넘나들 정도로 큰 규모이고 국내외에서 반도체사업에 의욕을 가질 만한 업체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하이닉스의 최종 매각작업은 난항을 겪을 공산도 크다. 인수 후보 가운데 자금력이 가장 뛰어난 LG전자는 여전히 하이닉스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간 1조원 상당의 메모리반도체를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사고 있지만 기존 주력사업인 디지털 가전 및 휴대폰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면 메모리보다는 차라리 시스템LSI(비메모리반도체)가 낫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동부아남반도체를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을 하고 있는 동부그룹은 자금 사정도 넉넉지 않지만 당장 동부아남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동부아남은 최근 누적 적자에 따른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금을 줄이는 방안까지 발표한 상태다. 하이닉스의 중국공장 합작 파트너인 유럽의 ST마이크로도 최소 3조원 이상이 들어갈 하이닉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 실적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결국 현 구도 하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투자자가 나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도체를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중국측 움직임이 변수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업체의 인수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끝까지 전략적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단계적인 블록세일로 지분이 분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하이닉스의 경영권은 정부(산은)-외국인-기관투자가-소액주주로 짜여진 다층적 소유 구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