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내 제약사로 꼽힌다.


이 회사가 '슈퍼제네릭'(개량 신약)을 내놓을 때마다 해당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오리지널 신약 매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슈퍼제네릭은 오리지널 신약의 물질특허 기간 만료에 맞춰 성분의 일부를 바꿔 새로운 제품으로 개량한 신약을 말한다.


<사진은 한미약품 영업사원이 약사가 구매를 요청하는 의약품 품목을 PDA에 기록하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과 성분이 달라 특허로도 보호받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게 특징이다.


성분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는 카피약과 다른 점이다.


실제 한미약품은 작년 9월 고혈압 치료제 슈퍼제네릭인 '아모디핀'을 개발해 미국 화이자 '노바스크'의 국내 독점을 깼다.


아모디핀은 암로디핀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32%나 점유했으며 하반기에는 점유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내년 초에 미국 애보트사의 비만 치료제 '리덕틸'을 개량한 '슬리머'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애보트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처럼 슈퍼제네릭을 앞세우는 전략을 통해 제약업계에서 약진하고 있다.


20년 전인 1985년 연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을 당시 업계 30위권에 머무르던 한미는 97년 10위에 올랐고 올 상반기에는 1749억원의 매출을 올려 동아제약,유한양행에 이어 업계 3위에 랭크됐다.


대신증권 등 5대 증권사가 전망하는 한미약품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증가한 3800억원.2위인 유한양행의 목표액 3839억원에 비해 불과 39억원 적다.


1995년 8300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10만원(27일 종가 10만5000원)을 넘어설 만큼 치솟았다.


민경윤 한미약품 사장은 "연간 20%의 고속 성장을 지속해 5년 후 제약업계의 '꿈의 매출'로 불리는 1조원 달성을 이루는 국내 첫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슈퍼제네릭 주력해 고속 성장


한미약품이 슈퍼제네릭 개발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물질특허 제도가 도입되면서 복제약을 만드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우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슈퍼제네릭에 전력을 쏟기로 했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은 가능성이 낮은 데다 외국 회사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했다고 민 사장은 말했다.


이 회사는 초기 매출액의 3%가량을 슈퍼제네릭 연구에 투입하고 연구인력도 이 부문에 집중시켰다.


이 결과 87년 국내 최초의 세펨계 항생제 슈퍼제네릭 '트리악손'을 시작으로 90년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제 '라메졸',95년 면역 억제제 '네오프란타' 등을 내놨다. 한미는 이에 따라 드링크제 등 일반의약품 비중이 다른 제약사의 3분의 1 수준인 10%에 불과한 데도 97년에 제약업계 매출 10위로 도약했다.


이 회사 슈퍼제네릭 개발의 하이라이트는 아모디핀.효능은 오리지널 신약인 노바스크와 비슷한 데도 가격을 25%가량 낮춘 이 제품은 올해 국산 전문의약품 가운데 최고 판매 기록인 4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영업사원 PDA 들고 현장 출퇴근


한미약품이 이 같은 고속 성장을 지속한 또다른 배경은 국내 최강으로 평가받는 영업력이다.


이 회사는 업계 최대 수준인 650여명의 영업인력을 확보해 전국 각지 대학병원과 약국을 커버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들고 아침에 바로 병원 약국 등 현장으로 출근하고 그곳에서 퇴근한다.


대신 이들은 PDA를 이용해 수시로 'CES'라는 자체 인터넷망에 접속,업무사항을 보고하고 회사의 지시를 전달받는다.


특히 한미는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영업팀장들에게 위임해 의사결정을 최대한 빠르게 하고 있다.


팀원이 보고를 해오면 팀장이 곧바로 결정을 내려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한미 관계자는 "다른 제약회사들이 이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도입했으나 거의 대부분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너들이 대부분 보고를 받고 결재하는 국내 제약회사들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은 1년에 3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적이 좋은 사원들을 강사로 임명해 모든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법' 등 영업 노하우에 대한 강좌를 수시로 연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에 대한 교육도 의사나 약사 못지 않은 전문적인 수준에 이르기까지 실시한다.


◆신약개발이 성장 지속의 과제


제약업계는 한미약품이 현재와 같은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신약 개발에 성공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허가 만료되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슈퍼제네릭은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슈퍼제네릭은 신약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워 국내 제약사들의 추격도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현재 독자 신약을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지난해 위염 치료 천연물 신약 '스티렌'에 이어 올해 말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를 선보이고 2위인 유한양행도 내년 상반기 위·십이지장 궤양 치료 신약 '레바넥스'를 내놓을 계획과 대비된다.


한미약품은 따라서 슈퍼제네릭 개발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연구 능력을 활용해 항암제와 지속성 단백질제제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르면 2010년께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신약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경기도 기흥에 국내 최대 규모의 의약연구소인 기흥 연구센터를 건립해 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현재 매출액의 7% 수준에 머물고 있는 연구개발비 비중을 2007년까지 10% 선으로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중국과 유럽시장에 세포탁심,세프트리악손 등 항생제 원료와 미니텐텐 등 일반의약품 수출을 확대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올해 수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10%가량 증가한 4600만달러.앞으로는 슈퍼제네릭에 대한 수출에도 나서 5년 내 1조원대 매출 달성의 발판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