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민경윤 사장(54)은 요즘 제약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성장세가 놀랍다','이러다 제약 1인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민 사장은 취임 당시인 지난 2000년 제약업계 7위에 불과하던 한미의 매출 순위를 지난해에는 3위로 4계단씩이나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 사장은 업계 순위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세계 시장의 100분의 1에 불과한 국내 제약시장을 두고 1등을 했니 2등을 했니 하는 순위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까닭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우리의 경쟁상대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라고 강조한다. 2010년까지 세계적인 신약을 내놓겠다는 목표도 이러한 지론에서 비롯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앞선 기술력과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다국적 제약사들과 맞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 사장은 1975년 평사원으로 한미약품에 입사한 뒤 2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까지 올랐다. 초년병 영업사원 시절 그는 구두 밑창이 6개월 만에 닳아버릴 정도로 현장을 뛰어다녀 입사 첫해 판매왕 등극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업사원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입사 5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이사,상무를 거쳐 2000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는 사장 취임 이후 '열린 경영'을 내세우며 직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에 주력했다. 6개월에 걸쳐 1000여명의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직원들과 함께 마신 술로 인해 간이 나빠질 정도였다. 그는 직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회사 인터넷망에 사원들이 온라인으로 사장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 직원들은 수시로 자신의 의견을 민 사장에게 가감없이 전달한다. 지난 5월에는 한 사원이 약국에 진열되는 한미약품 제품의 묶음 포장이 불량해 배달 과정에서 손상되는 사례가 많다는 의견을 핫라인으로 보냈다. 그는 즉시 생산공장에 연락,포장 공정을 개선하도록 지시해 이를 바로잡았다. 민 사장은 한미약품을 고속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기업상'을 받았다. 그는 이때가 취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며 새로운 다짐도 했다고 말한다. 한미약품을 글로벌 제약회사로 반드시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매일 퇴근한 뒤 서울 신사동의 집앞 도산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사업 구상을 한다는 민 사장.그가 앞으로 어떤 경영계획을 내놓을지 전 제약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