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공대 정원감축의 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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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이어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이 공과대학 정원 감축에 나서면서 공대 구조조정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대가 올해 이미 공대 정원을 17.9%(170명) 줄인 데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한양대도 2007학년도까지 공대 정원을 각각 17.8%(201명) 12.4%(112명) 11.1%(228명) 줄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들 대학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회적 수요가 적은 공대를 우선적으로 개혁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에서 대학을 살리려면 공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대학들이 공대를 타깃으로 삼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의 신ㆍ증설 경쟁으로 인해 이공계 출신들이 크게 남아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 졸업자 중 이공계 비중(2002년)은 41.6%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에 올라있지만 공대 출신의 취업률(2004년)은 59.1%에 불과한 것이 바로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진학 기피에 따른 학생간 학력 격차로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도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원 감축으로 과연 공대 교육이 정상화되고,나아가 대학이 개혁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우수 학생들이 의대 치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으로 몰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정원 감축으로 학생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다.
뿐만 아니라 공대 정원 감축에 따른 실험실습비 부담 절감 등으로 재정 상태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그나마 학생들의 수준이 우수하고 재정 상태가 나은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가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이공계 살리기에 온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공대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이번 구조조정 작업은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대학은 공대를 살릴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현장 실습과 산ㆍ학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
공대 교육과정부터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개혁을 통해 이공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는 우수 학생을 유치할 수 없으며,공대 재학생들의 무더기 휴학ㆍ자퇴 현상 또한 막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대학 당국은 정원 감축만이 능사가 아님을 깊이 새겨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난 외환위기 때도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 구조조정이 결국 이공계 기피현상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경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