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ㆍ26 재선거에서 여당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데 대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여대야소 구도의 붕괴를 초래했던 4ㆍ30 재ㆍ보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도 참패함으로써 더 이상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누가 보더라도 여당이 더는 선거결과를 호도(糊塗)할 수 없게 됐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하다고 생각되는 온갖 공약은 다 내걸었지만 민심은 여당에 냉랭하기만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평가가 말로 그쳐선 안된다. 지금의 위기국면을 벗어나고 보자는 그런 것이 아니라면 뭔가 변화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가 이번 선거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본다. 말로는 서민들을 걱정하고 경제를 챙기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고, 그 결과 여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당이 민생과 경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더라면 국민들은 그나마 희망을 가졌을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대통령이 연정론을 들고 나오면서 온 나라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이 바로 엊그제였다. 이제는 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지금은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끝도 없이 이런 소모적인 논쟁들이 이어지니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이 여당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국은행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4%라고 발표했지만 지표상의 개선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사이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교역조건 악화로 3분기 국내총소득은 지난해 동기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청년실업도 심각하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투자부진이 여전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고유가 등 대외경제 여건도 주시(注視)해야 할 입장이다. 한마디로 참여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 민생과 경제챙기기에 전념해 달라는 게 국민들의 메시지다. 거듭된 선거참패에서 여당이 이런 메시지를 읽었다면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혹여 새로운 정치적 카드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그 결과 여야간 정쟁이 격화된다면 그 때는 정말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여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