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묵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이 내부 감사보고서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27일 전격 사퇴했다. 최 사장은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에 대한 내부감사를 주도한 현정은 회장의 최측근이다. 현대그룹은 최 사장이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 회장이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그동안 겸직해온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직만 맡게 된다. 현대그룹은 최 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그룹 경영전략팀을 해체하고 회장 비서실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날 최 사장의 사퇴에 대해 현대그룹은 "북측의 '측근 청산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닌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사퇴가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야심가 제거' 요구 1주일 만에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현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만남을 의식한 사전정지 작업 차원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북측은 지난 20일 담화에서 "현대 상층부가 곁에 와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리고 옳은 길에 들어선다면 금강산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에 현 회장이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북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절충안으로 최 사장 사임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회장이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함에 따라 금강산관광 정상화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7주년인 내달 17일 전후로 관광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을 비롯해 현대가 추진해 온 다른 사업들의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대는 금강산관광 정상화 과정에서 북측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다른 사업들에 대한 협의도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