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결혼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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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학자 이희승 선생은 부부 두 사람은 결합해서 살지만 이는 둘이 아닌 하나라고 했다.
각자가 개성의 반은 살리고 반은 죽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을 죽인다는 것은 희생이요,반을 살린다는 것은 곧 사랑을 뜻하는 것이다.
부부생활은 이 같은 희생 정신과 애정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부가 살다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결혼연수에 비례해서 사이가 벌어지는데 중년기에 이르면 최저점에 이른다고 한다.
부부생활에서 "귀머거리 남편과 눈 먼 아내가 가장 행복하다"는 속담은 이래서 나온 듯하다.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면 따질 일이 별로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사는 비결이 있다고도 한다.
"상대를 달라지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를 내 식으로 맞추려고 할 때 불화는 생겨나기 십상이어서 이를 경계하는 말일 게다.
부부 사이를 들여다 보면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불만이 더 크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여성들이 막상 결혼하고 보면 가사노동에 아이를 키워야 하고 게다가 맞벌이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엊그제 성과학연구소가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한 결혼만족도 조사에서도 남성의 81%가 결혼생활에 만족을 표시한 반면 여성들은 62%에 그쳤다.
LG카드가 지난 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결혼을 후회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나 됐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여성들의 만족도가 낮기는 하나 우리처럼 남녀 편차가 그리 크지는 않다.
우리 사회의 이혼율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아직 가부장적 전통이 유지되면서 부부 간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퇴계 선생은 내외 간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부부의 예(禮)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의사소통이 막힘없이 원활해지면 노년까지 금실 좋은 부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