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효과' 실종 … 기관 왜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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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25일을 전후해 적립식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을 큰 폭 끌어올리던 '월말 효과'가 이번 달에는 27일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분을 제외하면 투신권을 위시한 기관들은 25일과 26일 연이틀 순매도에 나선 데 이어 27일에도 대규모 '팔자'에 가담하며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계속 들어오는데 기관들이 왜 이처럼 소극적으로 매매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시장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다소 약해진 데다 하이닉스 채권단의 보유 지분 대량 매도 등으로 수급이 일시적으로 꼬였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매도로 돌아선 기관
기관은 지난 24일 264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26∼27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25일 276억원어치를 반짝 순매수했지만 프로그램 매매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42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이어서 사실상 4일 연속 순매도한 셈이다.
기관의 소극적인 자세 탓에 종합주가지수는 25일부터 사흘째 내리막 길을 달렸다.
허재환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기관들이 일부 펀드의 차익실현과 주식편입 비중 조절 등에 나서면서 이틀 새 차익거래를 제외하고 34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며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며 기관의 소극적인 시장 가담이 주가 반등 탄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공세로 시장에 대한 기관의 자신감이 다소 약해진 것 같다"며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외국인뿐 아니라 기관 입장에서도 경계해야 할 변수로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닉스 후폭풍' 영향도 겹쳐
하이닉스의 일부 지분이 전날 장 마감 뒤 블록세일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넘어가면서 차익을 노린 일부 기관이 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시장에 내다판 것도 기관의 순매도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기관은 이날 하루 동안 하이닉스를 2438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또 블록세일 이전에는 반대로 하이닉스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기관이 대거 매도에 나서는 등 '하이닉스 효과'가 일시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LG카드 우리금융 등의 지분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경우 해당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기관이 조기에 '실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기관이 적극적인 매수 주체로 떠오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상백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6일 국내 기관에 배정한 하이닉스 4000만주 중 3800만주만 예약됐다는 것은 기관들의 심리가 보수적임을 보여준다"며 "당분간 중소형 개별 종목 위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