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상 비준안이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전격 통과됨에 따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농업인들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우선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5조7000억원 규모의 상호금융저리대체 자금을 5년간(원금 10% 선납조건,이자율 연 3%) 분할 상환하도록 하거나 3년간(원금 무선납,이자율 연 5%)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금리도 현재 3∼5%에서 3%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농가 부채 분할 상환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농림부가 농해수위와 최종 조율을 거쳐 28일 오후 3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농민단체의 반발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다짐하고 있는 데다 농민단체들도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서둘러 비준안을 처리해 농업인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마냥 처리를 늦출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쌀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할당된 외국쌀 수입 의무를 이행하기에도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국회 비준 후 외국 쌀 수입을 위해선 통상 2~3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회는 빠르면 31일 본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의무 물량을 수입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기 위해서다.


농산물 전체의 수입 장벽을 낮추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유리한 입지에 서려면 이미 다른 나라들과 합의한 쌀협상 결과만큼은 빨리 수용해야 한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DDA 농업협상이 최근 관세 상한 설정과 대폭적인 관세 감축 등 한국에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쌀협상 비준마저 실패하면 한국은 내년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은 쌀 시장의 완전 개방(관세화)을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하는 대신 올해부터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일정 물량의 쌀을 낮은 관세로 의무 수입해야 한다.


특히 의무 수입쌀 중 10~30%는 밥쌀용으로 시중에 판매해야 한다.


내년 봄부터는 일반 가정의 식탁에 외국산 쌀로 지은 밥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