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분야에 있어 동북아 3국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3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역할을 나누어야 한다. 공항이나 항만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한·중 물류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이정환 해양수산개발원 원장) "EU가 경제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물류체제 단일화가 있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역내 무역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무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물류 시스템의 통합이다. 중국은 생산거점으로,일본은 금융거점으로,한국은 물류거점으로 각각 특성화해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프란세스코 파롤라 제노아대 교수)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국과 중국의 물류인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중 물류포럼에서 이 같은 주장들이 제기됐다. 참가자들은 "물류분야에서 한·중·일 3국 간 출혈경쟁은 세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물류부문 협력모델을 만들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개막사에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의 물류는 국제물류가 아니라 국내교역이라고 봐야 한다"며 "특히 한국과 중국은 전향적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물류협력에 걸림돌이 없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추언시엔 중국 교통부장도 "2005년 1월부터 8월까지 양국 간 교역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다"며 "쌍방 간의 상호 이해를 증가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호응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학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협력모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리우따청 칭화대 교수는 "한·중 간 물류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컨테이너 규격 등 운송표준을 단일화하고 통관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혁 삼성물산 물류담당 부장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물류 공동체를 만들어 한·중·일 역내 물류는 자유화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며 "각 국가에 특정지역을 설정,물류분야 표준화 작업을 벌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아시아 대표선수 역할을 할 초우량 물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위롱 중국원양물류유한공사(Cosco) 대표는 "아시아의 물류기업이 미국이나 유럽계 기업보다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시아의 물류기업들이 지금보다 협력을 강화해 미국이나 유럽계 기업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재혁 해양수산부 물류유치 팀장도 "아시아의 물류분야 대표로 불릴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과 중국경제일보가 주최하고 한국 해양수산부,중국 교통부가 공동으로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한·중 양국의 물류 분야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이재현 현대상선 대표이사,박정원 한진해운 대표이사,이국동 대한통운 대표이사,안용남 대우로지스틱스 대표이사,임갑표 쎄븐마운틴 그룹 부회장,권행석 세방기업 부사장 등 물류 관련 기업 대표들과 오거돈 해양부 장관을 비롯 장수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추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이정환 해양수산개발원장,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등 물류 관련 기관장 70명가량이 행사에 참가했다. 중국측에서도 물류관련 기업의 대표,정부관계자 170여명이 행사에 참여,한국과의 물류협력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시했다. 베이징=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