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978년.중국 군사위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은 이나야마 당시 신일본제철 회장에게 중국에도 포스코와 같은 제철소를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이나야마 회장은 “중국에는 포스코의 박태준과 같은 사람이 없다”면서 제안을 거절했다.


# 2


2005년 8월6일.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운영회의에서 “중국의 철강 설비능력 증가율이 철강소비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향후 시장의 전개 방향을 예단키 어렵다.전략제품 개발 등 많은 대응준비를 해 왔으나 문제는 중국의 추격속도가 예상보다 2∼3년 빨라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3


2005년 10월28일.중국 해관총서(관세청)는 중국의 올해 1~9월 철강제품 수출량이 1580만t으로 전년동기 대비 83%나 늘었다고 발표했다.같은 기간 철강 수입량은 16% 줄어든 2000만t에 그쳤다고 밝혔다.



중국 철강업계가 놀라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중국은 국내 철강업계에 가장 큰 시장이자 가장 큰 위협 대상으로 부상했다.


중국 업계의 나비 날갯짓은 후폭풍으로 국내를 강타할 정도다.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은 국내산 제품 가격 하락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침소봉대가 아니다.


중국 철강업계의 영향력은 전세계적이다.


국제철강협회(IISI)는 지난 몇 년간 별러오다 지난해 터키총회에서 중국 철강업계를 회원사로 가입시켰다.


회원사들은 이달 초 제39차 IISI 서울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한 중국 철강업체들에 '커진 영향력만큼이나 책임과 의무를 다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기도 했다.


중국이 전 세계 철강 공급과잉의 핵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자국 수요에 물량을 대느라 급급했던 중국 업계는 내년께 순수출국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 철강업계는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삼아 값싼 철강제품을 대량 수출하는 시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인근 국가인 한국은 이미 가장 큰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저가의 중국산 철근 제품이 무더기로 수입되면서 국내 시장을 교란,철근가격은 죽을 쑤고 있다.


일반 열연코일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가 중국산 유입에 따른 추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올해 30만t을 감산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철강 제품은 지난 1~8월 중 490만t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중국에서 수입된 물량 430만t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발 철강가격 인하는 대만 일본 한국 등 아시아지역의 철강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보산강철이 지난 8월 올 4분기 내수판매 가격을 t당 8~17% 인하하자 대만이 즉각 제품가를 큰 폭으로 내렸다.


이어 일본의 도쿄제철은 지난 9월21일 10월분 내수가격을 t당 5.5∼7.8% 인하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포스코가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11개 주요 철강제품 가격을 t당 6~9% 내렸다.


중국 업계는 다른 국가들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는지 자국 업체들의 통폐합과 감산을 추진키로 했다.


중국강철협회는 이달 21일 45개 철강사 대표회의를 열어 올 4분기에 중국 철강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연산 20만t 이하 전기로업체와 연산 25만t 이하 고로업체의 통ㆍ폐합을 적극 추진하고 후판 열연강판 등의 생산량을 5% 감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이 전 세계적인 감산 추세에 보조를 맞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국내외 철강가격 움직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감산을 이행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동안 중국 철강업계가 스테인리스 냉연제품의 감산과 가격유지를 결의했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중국산 철강제품이 모두 저가,저급이라고 몰아세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조선용 후판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중국 3대 제철소 중 한 곳에 지분투자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INI스틸 동국제강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 같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중국 철강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전략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를 더 혹독히 절감하는 등 여념이 없다.


포스코의 경우 기존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서둘러 상용화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의식,"제철소 경쟁력의 가장 핵심은 원가절감이다.


지금까지의 원가절감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원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