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여성부가 실시한 '전국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부 8쌍 중 1쌍은 배우자(주로 남편)로부터 상습적으로 매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는 경우는 11.8%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의 각종 폭력은 은밀하게 행해지며 사생활 영역이라는 이유로 신고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SBS가 11월1일(오후 11시5분) 첫 선을 보이는 '긴급출동 SOS 24'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해 방송사가 경찰 등 관계당국과 함께 폭력현장으로 직접 출동,해결책을 모색한다. 연출을 맡은 허윤무 PD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고발하고 이슈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와 상담을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신체폭력뿐만 아니라 언어폭력,스토킹,왕따(집단따돌림) 등 다양한 행태의 폭력을 다룰 예정이다. 제작팀은 출연진의 안전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검복을 입고 촬영에 임하며 출연자 보험에도 가입했다. 프로그램 진행은 개그맨 윤정수씨가 맡는다. 윤씨는 "방송 데뷔 후 13년 만에 시사성 있는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됐다"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개그맨으로서 고민이 있었지만 폭력이 더 이상 감춰져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첫회에서는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친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23살 아들의 사례가 방영된다. 아들에게 맞아온 어머니는 앞니가 빠지고 얼굴이 멍든 것은 물론 정신분열증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