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조류독감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양계농가 문제뿐 아니라 국가 간 가금류 무역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인 스위스 로슈사의 '타미플루'에 대한 특허권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특허권은 선진국이 가장 강점을 가진 분야다. 초기에 많은 투자를 감행했던 기술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허권은 이제 국제분쟁의 이슈가 되면서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한경 10월 26일 A9면 참조 ◆특허는 독점적 이익을 보장 특허에 대해 독점적 이익을 주는 특허권이 필요한 이유는 신기술 개발을 촉진해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서다. 만약에 특허권 제도가 없다면 누구도 새로운 약품 개발이나 예술 분야에서 창조적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이 생기기 전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개발과정에서 실패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진보는 특허권의 도움이 없었으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허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특허가 개발되기 위해선 △신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 △높은 과학기술 수준 △이를 지원하는 자금 조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런 세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나라는 미국 등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나스닥(NASDAQ)으로 대표되는 벤처 기업을 지원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는 특허 출원이 2배로 늘어났고 연간 360억달러의 특허 라이선스 수입을 얻고 있다.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로슈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 230억달러에 영업이익은 무려 4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주가도 3년 사이에 2배로 올랐다. 미국에서 1만달러에 판매되는 에이즈 치료제의 경우 제조원가는 700달러다. 1일 4회 복용하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1정당 가격이 무려 2만3000원이다. ◆특허와 독점이 기업 평가의 척도 이번에 발생한 타미플루 논쟁과 같이 특허권은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미래학자인 미국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는 전세계 기업들이 저작권 침해 행위로 1년에 약 2000억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결과 국가 간 혹은 기업 간 특허권 분쟁은 자주 뉴스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불법 유통되는 CD 때문에 가수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고 중요한 기술 보호를 위해서 국가정보원이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국가 간 분쟁의 중요한 이슈로 특허권이 등장하고 있다. 특허권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과거에는 없던 것을 새롭게 창조해 가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는 공급과잉의 디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특허는 기업을 평가하는 제1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세계를 대상으로 독점적으로 판매하면서 대체 상품도 없는 특허권이야말로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블루오션 전략이다. 향후 기업 평가는 독점과 특허로 집약될 전망이다. ◆특허와 기술에 주목하는 금융시장 이를 반영해서 금융시장에서는 특허가 많은 기업들을 높게 평가한다. 증권시장의 상장 요건에 미흡한 기업이라도 특허와 같이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과감하게 상장시키고 있고,창업투자 회사나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비싼 값에 주식을 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인기 가수들의 저작권을 가진 음원 업체 주가나 신기술을 개발한 제약업체의 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제약업체들의 주가 상승폭이 컸던 것은 세계 100대 의약품 중 53개의 특허가 올해 만료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IT 산업과 같이 복제가 쉬운 산업은 기업 간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특허는 모든 경영의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기술기업 투자는 세밀한 연구가 필요 1998~2000년 사이에 주로 IT산업에서 벤처기업 투자 붐이 불었었다. 기업 가치보다는 기술에 주목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당시의 벤처 투자는 실패했었다. 이유는 특허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불확실한 기술에만 의존했던 투자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시 바이오를 중심으로 벤처투자 붐이 불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상장 유무를 떠나 그 기술이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시장 규모는 어떠한지,성공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검토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 또한 특허 취득의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에 분산해서 투자해야 한다.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는 높은 투자 위험이 있는 반면 성공 시에는 수십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다. 따라서 보통의 투자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