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무선인터넷 업체인 지어소프트는 지난 28일 외국계 펀드 두 곳을 상대로 400만달러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2008년 만기로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 0%다. 외국계 펀드가 단 한푼의 이자도 안 받고 400만달러를 3년간 빌려준 것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이처럼 CB(전환사채)나 BW를 발행해 외국계 펀드로부터 무이자나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 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외국계 펀드들이 앞다퉈 국내 CB·BW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7~8%에 달하던 CB·BW 발행 금리는 최근 연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제로 금리'로 돈을 빌리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외국계 펀드들이 사채에 따른 이자 비용을 감수하는 대신 신주인수권을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거나 CB의 주식 전환 또는 BW의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지어소프트뿐만 아니라 올 들어 MP3 업체인 레인콤과 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인 디엠에스 등도 BW를 통해 외국계 펀드로부터 완전 무이자로 돈을 빌렸다.휴대폰 및 LCD용 백라이트유닛 업체인 우리ETI는 이달 중순 950만달러의 해외 CB를 발행하면서 표면 이자율이 0%였고 만기 이자율도 불과 1.5%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무담보·무보증·무이자의 CB·BW로 해외 자금을 확보,설비 투자 등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혜택을 보는 셈이다. 과거에 무이자나 초저리로 해외 BW나 CB를 발행한 사례는 있었지만 포스코 등 해외에 널리 알려진 대기업 위주였다. 일부 중소기업들이 무이자로 CB·BW를 발행했던 경우에도 주가 하락에 대비한 신주인수가나 전환가의 최저 조정가액 비율을 30~40%까지 낮춰야 했다. 주가가 현 주가의 30~40% 수준까지 떨어지더라도 신주인수가나 전환가를 낮춰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전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무이자 CB·BW 발행 기업들의 경우엔 무상 증자나 주식 배당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주가 하락에 따른 행사가격 조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나증권 국제금융팀 박성호 과장은 "외국계 펀드들이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이처럼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국내 우량 기업들의 CB·BW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교보증권 김종훈 이사는 "국내 CB·BW 시장이 유망하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대만 등 다른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던 펀드들도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