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대검찰청 차장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 후임에 내정되자 검찰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고 있다.


불도저 같은 업무추진력을 갖춘데다 할말은 하는 '소신파 검사'로 알려져 검찰 안팎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어서다.


특히 탁월한 친화력으로 어수선한 검찰 조직을 추스릴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정계 재계 종교계 등 그의 주변을 둘러싼 네트워크 때문에 여느 검찰총장보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정 내정자가 대학 4학년이던 시절 절에서 함께 고시공부를 하던 권순욱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그에게 '수암(水巖)'이라는 호를 지어줬다.


물처럼 유연하면서도 바위처럼 단단하다는 의미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인색하지 않는 이런 성품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정 내정자의 인적 네트워크의 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 68학번, 사시17회, 검사 출신에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골프다.


골프가 그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학창시절 배구선수를 했을 정도로 만능스포츠맨이었던 정 내정자는 골프에서도 80대 초반의 싱글수준을 자랑한다.


지인들과는 회원으로 있는 한성CC에서 골프로 우애를 다지고 있다.


대부분 경북고 출신들로 구성된 '12인회'가 대표적 골프 모임이다. 권 변호사,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진기 대구고등법원장,이동근(부장검사 출신) 신희구(서울고검검사 출신) 변호사 등은 서울에 있는 골프친구다. 김징현 대구 세광병원 원장, 이홍중 화성산업 사장,김상우 흥구석유 사장, 김근환 동신주택 사장(대구상고), 김병래 남성해운 전무, 박태호(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등 6명은 고향을 지키고 있다.


사시17회 동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멤버인 '8인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법연수원 강의실에서 나이 순으로 2~4번째 줄에 앉았다가 함께 밥도 먹고 당구도 치면서 친해졌다는 8명의 동기다.


노 대통령과 정 내정자를 비롯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종대 창원지방법원장, 헌법재판소의 조대현 재판관과 서상홍 사무차장, 삼성그룹의 이종왕 법무실장,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등이다.


강 변호사는 정 내정자와 부부동반으로 라운딩을 하는 절친한 사이지만 "어떻게든 대통령과 정 내정자에게 폐가 안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한다"며 집중되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사시17회 동기에는 이들 외에도 김병재(법무법인 광장) 장용국(충정) 박성민(한결) 변호사 등 로펌대표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정치권에서는 강재섭 원내대표와 서울법대 68학번 동기인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과 친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다음 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하는 장 의원은 "대학동기이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제대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진영 의원은 사시17회 동기이고, 열린우리당 오제세 최규성 의원은 서울법대 동기다.


경제계에도 지인이 많다.


이동욱 무림제지그룹 회장은 중·고교 동창이다.


이윤우 산업은행 부총재와 권혁준 기륭전자 사장,이진섭 포스코 협력업체 사장,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은 경북고 동창이다.


정의동 증권예탁원 사장과,서울법대 동기인 유중식 한양상선 사장, 길병위 금호아시아나 부사장, 정시화 쌍용양회 전무 등과도 친한 사이다.


정 내정자는 평소에도 염주를 손에 들고 다니는 불교신자이지만 기독교도인 친구도 많다.


서울법대 동기생인 정도출 비전교회 목사(기독교세계선교협의회 총재), 지승원 한동대 교수(목사), 탁맹균 목사(미국 교회 담임)는 정 내정자와 신앙문제를 토론하는 종교인들이다.


문동후 세계태권도연맹(WTF) 사무총장과 이경재·최희수·정덕흥 변호사, 정주택(한성대)·김윤상(경북대)·이광택(국민대) 교수 등도 교류가 잦은 서울법대 동기들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