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원의 자리가 계속 비어 있더군요. 처음엔 '해외출장이라도 갔나' 생각했죠.그 뒤 알아보니 시에서 발령이 나 원대복귀했다는 거예요. 며칠 뒤 사무실에 처음 보는 직원이 있어 물어보니 파견 나왔다고 하더군요. 인사권이 없는 상관이라지만 인사도 없이 오갈 수 있나요." 지난 9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경제자유구역의 운영실태와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만났던 C모 경제자유구역청장의 한탄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과 부산ㆍ진해 광양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이 지정됐지만 그간의 투자유치 성과는 31억달러로 당초 발표 규모의 11%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제조 물류산업 관광호텔 등 3개 업종에 한정된 조세 감면 혜택 외에는 없는데다 특구청 차원에서의 원스톱 서비스도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를 한쪽에 집중시킨다는 경제특구가 국토균형 발전을 주창하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환영받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특구청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구청 인력의 80% 이상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다. 인사 고과에서 본청 근무보다 불리해 파견 및 발령기간만 채우면 앞다퉈 복귀하려고 한다.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특구청이 인건비 등 관련 예산을 지자체로부터 받다 보니 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도로 상ㆍ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 비율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미국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합작한 게일인터내셔날코리아에 매립 부지 10만평을 판 돈으로 매립예정지역 바다를 메우고 있다. 외자 기업의 부동산 투기 가능성을 예방하고 초기 진출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땅을 임대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부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유치가 잘 된다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해외의 경쟁 상대는 '선 준비, 후 투자유치'라는 점에서 우리와 딴판이다. 수도로부터의 위치나 규모면에서 인천경제특구와 닮은 꼴인 네덜란드 알미어시(市)를 보자. 알미어시 매립 작업은 전액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당 3∼4유로를 받고 알미어시에 땅을 팔았다. 시는 공원 조성 등 기반시설을 확충한 뒤 기업들에 ㎡당 50유로 수준에 매각하거나 싼 값에 빌려주었다. 외국 기업이 알미어시에서 법인 인가를 받고 공장을 설립하려면 시 공무원만 만나면 된다. 정부가 교통망 등 기간 시설에 대해서만 허가권을 갖고 나머지 권한은 시에 넘겼기 때문이다. 경제특구 외에 지자체,여러 중앙부처를 상대해야 인ㆍ허가를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대목이다. 도위 할베스마 알미어 부시장은 이같이 충고한다. "강력한 집행기구가 외국기업 유치를 전담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들에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시정부가 외자유치를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시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한국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