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G는 e스포츠의 꽃이자 한국 게임을 세계에 알리는 최고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WCG 세계 대회를 운영하는 ICM(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의 정흥섭 사장은 제일기획에서 영업을 담당하다가 e스포츠업체 대표에 오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던 중 게임이 영화와 음악 산업을 능가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e스포츠 분야에 몸담게 됐다. 2002년 WCG에 합류한 그의 이런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시작 당시 17개국 참가에 불과했던 WCG는 지난해 59개국이 참가할 만큼 대회 규모가 커졌고 올해도 67개국이 참가,명실공히 세계 최대 게임 대회로 자리잡았다. 그는 WCG가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거나 부정적이던 나라에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불가리아에선 대통령이 직접 WCG 국가대표 선발전을 참관했고 대만에서도 국가 원수가 WCG 우승자를 직접 초청해 격려할 만큼 WCG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는데 성공해왔다"며 "게임에 대한 이런 인식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게임 및 관련 정보기술(IT) 산업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WCG는 국산 시범종목 선정을 통해 국내 게임사의 해외 진출 통로 역할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골프 게임 '팡야'를 시범 종목으로 선정했고 올해는 '프리스타일'을 선정,해외의 유수 게이머들과 관계자에게 게임을 알리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이제 WCG가 명실공히 e스포츠를 선도하는 위치에 선 만큼 세계 최대의 게임대회라는 규모에 만족하지 않고 e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보다 거시적이면서도 명확한 비전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런 뜻을 갖고 있기에 그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각종 게임 대회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정 사장은 "게임대회가 계속 생겨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다만 운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대회의 난립이 e스포츠산업 자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 하락으로 이어져 산업 성장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