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고유가와 허리케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순항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석유 및 산업시설을 강타했지만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8%를 기록,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속속 발표되고 있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호조세가 지속될지 여부다. 양호한 경제성장률에도 소비심리는 여전히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허리케인의 악영향이 단기간에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호조는 최근 들어 주춤거리고 있는 세계증시에도 새로운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경제상황도 호전추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세계경제가 동반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예상보다 좋은 GDP 성장률 미국 상무부는 지난 28일 "민간 및 기업 소비와 공공지출이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3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를 웃돈 연율 3.8%를 기록,2분기의 3.3%를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분기의 3.3%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1분기의 3.8%와 같은 수준이다. 아울러 당초 월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3.6% 성장을 웃도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허리케인의 영향이 단기적으로 마무리된 데다 우려됐던 소비지출도 상당히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3분기 중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서도 개인 소비 지출이 지난해 이후 최고 수준인 3.9% 늘어났다. 특히 지난 여름 자동차 회사들이 사원들을 대상으로 할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자동차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분기 GDP 성장률에서 자동차와 가구,가정설비에 대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73%를 기록했다.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재고액은 166억달러나 줄었다. 기업들의 설비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출은 8.9% 늘었고,연방정부 지출도 7.7% 증가했다. 경제주체인 정부·기업·개인부문에서 골고루 성장을 이룬 셈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률은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라고 하는 미국 경제의 성장 근인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미국으로의 국제 자금 쏠림현상과 달러가치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호조 지속여부가 최대 관건 하지만 4분기에도 이 같은 호조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 S&P500지수에 속한 500개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결과 3분의 2 이상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을 비롯 상당수 기업들이 4분기 전망치를 부정적으로 발표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4분기 실적을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개인들의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지 여부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허리케인과 고유가로 인해 개인들의 소비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왔지만 예상보다는 소비가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개인들의 소비심리가 움츠러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경제 연구그룹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5.0을 기록,지난 9월의 87.5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이 예측한 88.2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지수도 최근 2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GDP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 유가급등세를 의식해 소비심리가 얼어붙는다면 높은 경제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힘들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