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스포츠화와 패션화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문 스포츠 패션을 응용한 신개념 패션 아이템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잔디 구장이 아닌 평지에서 신는 '무늬만 축구화'의 인기,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멋을 강조하는 발레 스타일 슈즈, 10대 후반에서 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화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스케이트 보드는 퀵보드 형태의 장치가 개발된 1900년대 초 이래 50년대 서퍼들의 관심에서 탄생한 최초의 롤러 더비 스케이트 보드, 60년대 마카하의 프로페셔널 스케이트 보드 등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때는 뒹굴고 넘어지는 이 거친 스포츠에 대한 반감과 함께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되기도 했다. 보드에 착장해 신는 보드화는 1966년 미국 반스(VANS)사가 올드 스쿨(OLD SKOOL)이라는 세계 최초의 제품을 만들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보드화는 언더도그(Underdog)의 반항적이고 거친 이미지를 대변하면서 오늘날 미국에서만 연간 800만 켤레 이상 팔리는 대중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반스 이후 보드화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DC, LAKAI, GLOBE, CIRCA 등의 가세로 현재 세계 보드화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4년 전 반스가 대형 신발유통업체 ABC마트를 통해 정식 유통되면서 보드화의 상품가치가 부쩍 상승했다. 반스는 현재 ABC마트 취급 브랜드 40여 개 가운데 판매율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케이트 보드는 스릴감 넘치는 짜릿함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계단이나 아스팔트 위에서 즐기는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은 스포츠여서 회전과 도약시 안전성이 강하고 충격 흡수가 잘 돼야 한다. 따라서 보드화는 너무 푹신하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무리를 주지 않는 정도의 적당한 쿠션을 지녀야 한다. 일반 운동화와는 달리 밑창이 스케이트보드에 잘 밀착되는 구조로 돼 있고, 옆면이 이중으로 박음질돼 있어 내구성이 강하다. 또 발등 부분이 두툼해 착용감이 좋고 보드에 의한 충격을 막아준다. 반스의 경우, 스케이트 보드의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상으로 기존의 전문 보드화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패션 스니커즈로 신을 수 있는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능성과 아울러 보드화답지 않은 발랄한 색상이 주는 패션감이 젊은층의 사랑을 끌어내고 있다. ABC마트에는 현재 패션 보드화 신제품이 50종 가량 나와 있는데, 가격은 웬만한 것들이 8만-9만원대. 반스 외에도 미국의 익스트림 스포츠웨어 드로즈 클로딩(Droors Clothing)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중심으로 론칭한 DC 시리즈는 슈즈는 물론이고 스트리트 패션, 스노보드 부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상품을 내고 있다. 호주 제품 글로브(GLOBE)는 가볍고 편안함을 중시하면서 유럽 스타일을 즐겨 사용하는 브랜드로, 미주와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패스(IPATH)는 레게와 스케이트 보드의 문화를 접목시킨 보드 브랜드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디자인과 독특한 디테일로 특히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