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수현씨(35)는 요즘 짬이 나는 대로 펀드 공부를 한다.


3개월 전 적립식 펀드에 처음 가입한 그는 당시 펀드 상품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탓에 은행 창구 직원이 권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잘 고른 것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워 책을 사 보고 인터넷도 뒤지면서 펀드에 대한 안목을 넓혀가고 있지만 지금도 어떤 상품을 고르는 것보다 펀드 선택이 힘들다고 말한다.


올 들어 '주식으로 저축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펀드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설정잔액이 8조원대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2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최씨처럼 대다수 투자자들은 상품 선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펀드 수는 투자자들이 일일이 파악하기에 너무 많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펀드(10월28일 현재 변액보험 포함)는 7000개를 넘어섰다.


설정액이 100억원을 웃도는 펀드가 3000여개,1000억원 이상 대형펀드도 383개에 달한다.


여기에 피델리티 슈로더 등 외국계 회사들이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상품을 포함하면 실제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수는 더욱 늘어난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의 이재순 조사분석팀장은 "무턱대고 다른 사람의 권유대로 가입할 게 아니라 투자 목적과 위험 정도를 따져본 뒤 펀드평가사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안목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장주 가치주 배당주펀드 인기


전문가들은 펀드를 선택할 때 △자산운용사들의 주력상품인지 △과거 수익률이 꾸준히 좋은 펀드인지 △펀드수수료가 싼지를 우선 챙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이 요건을 충족시켜 준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이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총력을 다해 수익률을 관리하게 되며,다시 투자자금이 몰리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 수수료는 연 2.5% 안팎으로 대부분 비슷하다.


적립식 투자가 가능한 인기 주식형 펀드는 현재 20개 안팎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들 펀드는 최근 1년간 투자수익률이 대체로 50% 이상이다.


일부는 최근의 주가 강세에 힘입어 10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증시 흐름을 좇아가면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성장주펀드(또는 인덱스펀드)가 대표적으로,미래에셋자산운용의 '디스커버리주식형'과 '인디펜던스주식형1',삼성투신운용의 '웰스플랜80주식1'과 상장지수펀드인 '코덱스200ETF',PCA투신운용의 '업종일등주식D-1클래스A' 등이 있다.


저평가된 중소형주와 가치주 등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OO억만들기' 붐을 조성한 미래에셋투신운용의 '3억만들기솔로몬주식1'과 한국투신운용의 '부자아빠거꾸로주식A-1',유리자산운용의 '스몰뷰티주식'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유리운용의 '스몰뷰티주식' 펀드는 월 100만원까지 적립식 투자만 받을 뿐 거치식 판매는 최근 중단한 상태다.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특성상 펀드수탁액이 너무 많으면 수익률 관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중소형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배당주펀드도 꾸준히 수익을 내는 상품군으로 신영투신운용의 '비과세고배당주식1',세이에셋운용의 '고배당주식형',마이다스자산운용의 '블루칩배당주식C'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투자위험은 반드시 분산해야


펀드는 예금과 달리 투자에 따른 결과를 투자자가 책임져야 하는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투자위험이 언제,어떻게 표면화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반드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유행을 타는 특정 스타일의 펀드는 상황에 따라선 수익률 변동폭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도 "한 가지 펀드에 집중 투자할 경우 수익률이 악화되면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경험이 많은 투자자일수록 분산투자법을 이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분산투자 기법으로는 스타일이 다른 2∼3개의 펀드에 한꺼번에 가입하는 방법부터 적립식 투자처럼 투자 시점을 달리하는 방법,국내 펀드와 해외투자펀드를 섞는 방법 등 여러가지를 활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투자 규모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최근 들어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펀드 인도펀드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도 반드시 위험을 분산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 얼마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중국투자펀드의 경우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따라 다소간의 위험이 있더라도 장기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 국가에 편중된 펀드보다는 몇몇 국가의 주식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펀드가 안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예로 월 100만원을 투자한다면 인기를 끄는 펀드 가운데 인덱스펀드(또는 성장형펀드)에 50만원,배당주펀드에 30만원,가치주(또는 중소형주)펀드에 20만원을 분산하면 좋은 투자법이 될 수 있다.


투자액이 더 많다면 해외펀드에 일부를 가입하는 것도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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