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 휴잇어소시어츠 한국 대표 kris.park@hewitt.com > 다른 사람들은 참 잘하는데 나만 잘 못하는 게 두 가지 있다. 노래와 운전이다. 대한민국에서 노래 못하는 사람 찾기 힘들고,사람들 모이는 곳엔 언제나 노래가 있다. 나는 구제불능의 음치인데,내 가족들 중에도 나 같은 음치는 없다. 높아가는 유가에도 늘어가는 차량과 차량의 고급화 추세를 보면 운전도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종목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나는 운전면허를 딸 때 총 2년 정도 걸렸고 돈도 참 많이 들였다. 다른 사람들은 길이 막히면 골목길로,지름길로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는데 나는 그런 걸 보면 신기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요즘 나만 잘 못하는 게 하나 더 생겼다. 어느 지인께서 일을 계속하려면 골프를 배우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 분이 말씀하시는 여러가지 '이유'도 맞는 것 같고,또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우선 집 근처 골프연습장에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평상시라면 취미 활동을 새로 배우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간을 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컨설턴트의 실생활이 얼마나 시간과의 싸움인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다행스럽게 두 달이라는 장기 휴가를 낼 수 있었다…. 부러운 사람 많을 것 같다. 하지만,한 달은 밀린 연차휴가를 합해서 썼고,한 달은 무급 휴가를 내었으니,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 코치 선생님은 키 크고 늘씬하고 스윙 자세도 정말 멋있는 분이었다. 두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더니 재미도 생기고,그런대로 자세도 익혀지고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다음 문제는 공이 더 이상 멀리 나가지 않는 것이다. 팔 힘이 없는 데다 허리가 돌아가주지 않는 것이다. 골프를 하기 위한 기본 기술은 익혔는데,내 신체상의 문제가 골프를 잘하기 위한 핵심 역량의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다른 초보자들과 함께 퍼블릭 코스에 가서 해 봤더니,재미는 더 생기는데 거리가 안나는 게 더 신경쓰였다. 남들 두 번 칠 때 난 세 번,네 번 치니 창피하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었다. 덜 창피하기 위해서 외국가서 해보기도 했다. 아는 사람 없고,시간 여유는 있는데 너무 더워서 일사병 걸릴 뻔 했다. 남편은 내가 골프 치는 게 영 가능성 없어 보이나 보다. 좀 봐 달래도 건성 건성,역시 돈 주고 코치한테 배우는 게 낫지. 골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다음에 필드에서 마주치더라도 서로 아는 체하지 말자고 한다.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나는 골프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노래나 운전보다는 재미가 더 있고,또 꾸준히 연습을 하면 잘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