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리는 지방은행들] (2) 광주은행 신안동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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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있는 동신플라스틱㈜의 고원태 사장(45)은 1993년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당했다.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8000만원짜리 어음이 부도가 난 것.플라스틱 사출성형으로 자동차와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1989년 설립 후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매출 수억원에 불과한 기업에 8000만원짜리 어음 부도는 사망 선고와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거래 은행인 광주은행을 찾아 1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했다.
은행측이 평소 고 사장의 성실함 등을 감안해 그의 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고 사장은 기사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 뒤에도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광주은행이 도와줘 회생할 수 있었죠.광주은행이 든든한 후견인이 된 이후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사양산업인 플라스틱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고 사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초정밀 기술로 가공돼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00분의 1mm까지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기술력으로 1998년 한국알프스,2000년 한국3M의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평동 2공장과 함께 휴일에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해내기 역부족이다.
덕분에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매출 27억원을 기록,지난해 매출 31억원은 쉽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 업체가 광주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초반.당시만 해도 플라스틱 사출기 1대에 종업원 2명이 일하는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영세업체 특성상 일감이 들쭉날쭉한 데다 그나마 납품해오던 자동차 협력업체들의 부도로 1993~1996년 모두 3차례의 존폐 위기를 맞았다.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광주은행이었다.
고 사장은 몇 차례에 걸친 은행대출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2002년 물량 수주가 크게 늘어나면서 평동에 500평 규모의 제2공장을 신축할 때도 4억원의 은행대출이 큰 힘이 됐다.
"고 사장을 처음 봤을 때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명색이 사장인데 아직도 10여년 전에 산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다닐 정도입니다.
기술 개발과 경영에 대한 열정도 남달라 회사를 견실하게 성장시킬 사람임을 직감했습니다."
최규현 광주은행 신안동지점장은 흔히 은행대출을 신청할 때 회사의 장점만 내세우는 사람들과 달리 회사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고 사장을 보고 성장 가능성을 미리 알아봤다고 한다.
광주은행은 최근 이 업체를 우수고객기업으로 선정해 수시로 공장을 방문,도울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지원하고 있다.
평동에 1000평 규모의 3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10억원의 대출에도 은행측이 적극 나서고 있다.
"성실성 기술력 등을 통해 은행에 신뢰감을 주면 은행은 기업에 보답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은행을 불신하면서 자신을 믿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고 사장은 은행도 한 만큼 그 결과를 돌려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