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31일 '정세균호'를 출범시켰다. 정세균 임시 당의장 겸 원내대표는 "참여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자성론을 제기하면서 내부 갈등 수습에 본격 나섰으나 친노(親盧)파와 반노(反盧)파가 벌써부터 노무현 대통령 책임론을 놓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자성과 지도부 구성=정 의장은 의총과 간담회에서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방향성의 정당성만 강변해온 것을 반성한다"며 "내부의 무사안일과 무기력,패배주의와 치열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어느덧 무사안일과 말만 많은 집단이 되지 않았는지 자문해 봤다"면서 "국민의 기대 수준은 열 걸음이었는데 서너 걸음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은 이날 정 의장 외에 10명의 집행위원으로 지도부를 구성했다. 지도부는 철저한 계파 안배의 산물이다. 이호웅 유선호 의원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까운 재야파이고 이강래 의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계로 분류된다. 유기홍 의원은 개혁당 몫이고 유재건 의원은 당내 보수파를 배려한 인선이다. ◆친노 반노 갈등=친노파가 노 대통령을 비판한 재야파 등을 성토하면서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는 이날 "(선거패배의) 1차적 책임이 당에 있고 2차적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책임을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난했다"며 "이는 정치 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책임 있는 공당 국회의원의 행동도 아니다"고 성토했다. 김 특보는 "비판하는 사람들이 탈당하겠다면 그 사람들이 당을 나가는 것이 맞다"고 목청을 높였다. 친노계인 유시민 의원도 일각의 중앙위 해체 주장에 대해 "현재 정동영계 사람들이 주로 주장했고,김근태계도 동조했다"며 "다수파의 쿠데타 음모"라고 맹비난했다. 유 의원은 '기간당원을 하려면 나가서 하라'는 한 초선 의원의 말을 소개한 뒤 "나는 내 발로 나갈 생각은 없지만 나가라는 말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보수파인 안영근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야말로 그 시점(대통령 탈당)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및 지지도가 상당히 낮은데 불신받거나 미움받는 사람끼리 함께 모이기보다 서로 떨어져 진지하게 각종 사회적 갈등의 치유책을 논의하면 야당도 이를 정략으로 폄하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야파인 우원식 의원도 "건전한 비판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는 것으로 내부 비판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국민과 참여정부 사이의 틈새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창·김인식 기자 leejc@hankyung.com